부슬부슬 계속 비
아침에 눈을 뜨고 잠시 멍을 때렸다.
여전히 다리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래도 누워 자고 일어난 후에는 다리가 좀 나은
편이라 최대한 누워서 눈을 꿈뻑이며 있었다.
잠시 후 침대 아래서 머리에 까치집을 지은 둘째가
벌떡 일어났다.
“잘 잤어?” 하고 말을 건네니
“엄마, 미키마우스 옷 입었쪄?”
아… 귀엽다.
천천히 내려가서 정말 대~충 아침을 차렸다.
요거트 안 먹는다는 개인취향 존중하며
토마토, 포도, 구운 계란, 우유 등을 내어줬다.
다리가 불편하니 준비가 늦고 그렇게 첫째 등교도
자꾸 지각을 하게 되니 미안할 따름이다.
둘째도 데려다주고 집에 와 사부작거리며
바닥청소를 살짝 했다. 굴러다니던 머리카락과
출처불명의 각종 부스러기들이 없어지니 마음이
편안했다.
편안한 마음과 별개로 다리는 무거워졌다.
앉아 있다가 누워있기를 반복하며
대체 내가 지금 뭘 하는 건가 하는 현타가 왔다.
점심을 먹을 때가 됐는데 이렇다 하게 생각이 없어서
아침에 먹고 남은 토마토와 포도, 구운 계란을 집어
먹었다. 오후에 둘째를 데리러 가며 미리 사둔
유산균음료도 하나 먹었다.
명절 전이라 어린이집에서 이것저것 챙겨주셨다.
매번 느끼지만 선생님들께 정말 감사하다.
아이가 만들어온 간식과 송편이 들어있었는데
그중 송편을 몇 개 먹었다. 매달 초 나눠주시는
생일떡도 그렇고 원장님이 주문하는 떡집이 따로
있다 들었는데 정말 잘하는 집인가 보다.
명절 연휴 전이라 그런지, 남편이 생각보다 일찍
퇴근하게 되어 오는 길에 마트에 들러 치킨과 김밥,
부리토 등을 사 왔다.
치킨 날개 한 조각을 먹었고 부리토 조금,
김밥 반 줄 정도를 먹었다.
첫째는 치킨 먹고 싶었는데 신난다며 맛있게
먹었지만 주는 맘은 편치만은 않았다.
아이들을 계속 이렇게 먹일 순 없어서 데워먹으면
되는 냉동고등어, 소포장훈제오리, 고형카레 등을
주문해 뒀다. 그중 고등어를 데워 둘째 저녁으로
먹였다. 고등어 반마리에 밥 두 그릇 먹는 둘째…
기특하다.
컨디션이 좀처럼 돌아오질 않는다.
사실 집에 있노라면 쉴 수가 없다.
남편이 아무리 도와준다 한 들, 밀린 설거지,
밥 한 끼라도 내가 하게 되고 그걸 먹이는 일,
널브러진 장난감 등을 치우는 일, 빨래 정리라도
하게 되고, 자꾸 서서 있게 되고, 힘들어지면
다시 눕는 일의 무한 반복이다.
5일이 지나도 큰 차도가 없다 보니 무서운 생각이
들며 자꾸만 우울감에 빠지려고 한다. 갑작스레
눈물이 흐르기도 한다. 아마 지금쯤 우울증 검사를
받으면 우울증 진단이 나올 것 같다.
환경을 조금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고민 끝에 연휴기간 나도 엄마 집으로 가서
요양을 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