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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까멜리아 Sep 29. 2023

9월 28일 목요일

맑음

긴 연휴의 첫날이다.

아침에 일어나 체중을 재 봤다.

원래 공복 몸무게는 무의미하다 생각하는 1인이지만

그래도 줄어있으니 기분이 좋았다. 체중감량이 무릎

안전에 크게 기여한다 했기 때문이다.

내 몸 리모델링을 해보겠다 공개 일기를 쓴 지

어느새 보름이 지났다. 걷지 못하는 현재로서는

체중감소, 입맛 변화 외에 특별히 뭐가 나아졌는지

모르겠다.


온 가족을 챙기던 주부의 입장에서 하루아침에

온 가족의 챙김을 받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정말 이러다 영영 못 걷는 건 아니겠지? 하는

두려움이 한 번씩 밀려온다.

그럼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아이들은 어떡하지?

이런 질문들이 연이어 떠오르면, 부정적 생각을

떨쳐버리려 서둘러 다른 집중의 대상을 찾는다.


아침에 일어나 어제부터 밀려 싱크대에 쌓인

설거지를 해치우고 아침으로 첫째는 오트밀을,

둘째는 계란찜을 해서 먹였다.

30여분 싱크대 앞에 계속 서 있던 게 무리가 됐는지

다리가 너무 무겁게 느껴졌고 무릎도 아파왔다.

힘들어 그대로 아이 매트 위에 누워버렸다.


밥을 든든히 먹이자 에너지 넘치는 둘째는 남편이

데리고 나갔다. 첫째와 둘이 남아 각자 책도 보고

유튜브도 보고 영화도 한 편 같이 봤다. 엘리멘탈,

처음 봤는데 왜 아이들이 n차관람까지 했는지

알겠다 싶게 재밌었다.


치킨랩을 먹어 본 아이가 다시 한번 먹고 싶다 해서

느지막이 우리의 점심은 서브웨이 배달로 해결했다.

덕분에 나도 로티세리치킨에 소금후추, 올리브유를

뿌리고 아보카도까지 추가해서 든든히 잘 먹었다.


지금 내 일상은, 우리 가족의 일상은 계속

임시의 어떤 것이 된 듯하다. 며칠이면 나아질 줄

알았던 증상이 나아지지 않으면서 먹는 것,

집안살림 모두가 뒤죽박죽이 되어 버렸다.

병원에 다시 가 볼까 싶었지만 연휴 앞뒤로 의사를

만나기란 어려웠다. 연휴가 끝나는 날, 그땐 진료를

볼 수 있길 바랄 뿐이다.


슬프게도 지금의 아이들이 너무 예쁘고

사랑스럽지만 얼른 시간이 지나가 아이들이 내 손이

필요 없게 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잠시 잊었지. 아프다는 게 어떤 건지.


요즘의 나는 사춘기 소녀, 갱년기 중년 부럽지

않을 만큼 감수성이 흘러넘쳐 조금만 폭 하고

찔러도 눈물이 펑펑 난다. 마음이 많이 약해졌다.


저녁 먹을 때가 조금 지났을 무렵

엄마 집에 도착했다. 명절을 맞아 집에 온 동생이

고기를 사 왔기에 함께 구워 먹었다. 점심을 든든히

먹어 별로 밥 생각이 없었지만 엄마가 차려 준

음식이니 열심히 먹었다.

저녁을 먹은 뒤 다 함께 아시안게임을 응원하는

시간을 가졌다. 오늘도 또 하루가 이렇게 지나갔다.


하루를 살아내는 느낌이 아닌 버틴 느낌으로 보내고

나면 자려고 누웠을 때 마음 한편이 허전하다.

언제까지고 이러고 있을 수는 없으니,

책도 다시 읽고, 하려던 작업도 다시 시작해야겠다.


아파서 무기력하게 있는 모습보다는

그 와중에도 이것저것을 하며 노력하는 모습이

나 스스로에게도, 아이들에게 비친 엄마로서도

더 나을게 분명하니까,

지금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 해봐야겠다.


퐈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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