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음
엄마 집에 와서 하루를 잤다.
거실과 침실을 오갈 때 계단을 오르내려야 하는
우리집에 있다가 아파트 엄마집에 오니 한결 편하다.
온 목적이 요양과 회복인만큼 최대한 다리를 펴고
앉아있거나 엎드려 있더나 그도 아니면 누워있는다.
다 큰 딸이 손주까지 데리고 와서 이러고 있는 걸
본 부모님의 마음을 생각하면 죄송스럽지만,
지금 그런 것까지 생각하는 건 사치다 생각하고
얼른 회복할 생각만 한다.
임시공휴일에 혹시 병원이 열까 싶어 알아봤는데
병원 외래 진료도 휴진이 공지돼 있다.
아… 그렇구나. 더 기다려야겠구나…
아침에 일어나 커피 한 잔과 엄마가 만든
두부 월남쌈을 한 개 먹었다.
구운 두부에 오이, 단무지, 게살 등을 넣고
라이스페이퍼에 말아서 주셨다.
아침으로 1개, 점심으로 2개를 먹었다. 점심 무렵
동생이 사 온 커피도 먹고 포도도 몇 알 먹었다.
이번 명절은 내가 몸이 안 좋아 시댁은 가지 않는다.
남편과 둘째만 다녀오기로 했다. 시댁에도 사정이
생겨 이번엔 차례를 지내지 않기로 했다 하셨으니
친척들도 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아마 시댁도
이번 명절을 조용하게 보내고 계실 것 같다.
몸이 아픈 건 속상하지만, 명절을 여유롭게 보내니
정말 연휴느낌이 난다. 아이도 좋아한다.
우린 양가 부모님과 평소에도 왕래가 잦은 편인데,
평소와 다른 명절 특유의 부산스러운 분위기가
(삼시 세 끼 반 강제로 입 안에 투입되던 기름진
음식과 낯선 친척의 방문, 괜히 엄숙한 차례 지내는
분위기, 이른 아침부터 시작되는 상차림, 문 닫은
편의시설과 교통체증 등) 오히려 불편했던 게
사실이다.
이번 명절은 하루 종일 집 안에서 책도 보고 티비도
보며 보냈다. 저녁은 남편이 둘째를 데리고 와서
함께 먹었다. 엄마가 차려준 뼈찜과 골뱅이무침이
매콤하니 맛있었다.
음식을 가려먹다 보니 오히려 식탐이 없어지는 것
같다. 전에는 이왕 먹는 거니 최대한 맛있는 것을
먹고 싶어 했고, 정해진 내 양을 지키고 싶었는데
이젠 그런 마음이 들지 않는다.
다만 먹기 전에 가급적 다양한 영양소를 먹을 수
있는 방법을 떠올리게 된다.
흰 탄수화물은 덜 먹고, 튀긴 음식은 가급적 피하고,
채소와 과일을 많이 먹으니 소화도 더 잘 된다.
평생 유지할 건강한 식습관을 만들고자 시작한
일인 것을 생각하면 잘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