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쌀하고 맑음
아침은 가볍게 우유 한 컵과 커피 한 잔을 마셨다.
아시안게임을 보고, 책을 보고, 넷플릭스를 봤다.
점심 무렵 엄마가 구워준 소고기를 밥 없이 고기만
먹었고 바나나를 먹었다.
아이와 원카드 하고 놀다가 엄마와 아이는 잠시
마트에 다녀왔는데 잠깐의 외출 후 무언가를 잔뜩
손에 들고 집에 들어왔다.
저녁엔 오븐에 구운 닭을 배달시켜 나는 바나나와
먹고 큰 아이는 밥과 반찬과 함께 내어줬다.
엄마 집에 온 지 사흘째가 됐다.
쉬는 건 좋은데 안타깝게도 다리엔 큰 변화는 없는
것 같다. 더 악화되지 않는 수준이랄까?
엄마도 아직 일을 하시는 분이라 이번 연휴가
끝나면 다시 출근을 하셔야 한다.
엄마도 쉬셔야 하고,
버텨보려 했지만 첫째 감기가 나아지지 않아
병원에도 가야 할 것 같다.
엄마 집은 작은 시골동네인데,
연휴에 여는 병원은 고사하고 약국조차 없어
난감하다. 가끔 아이들과 시골에서 사는 건 어떨까
생각했는데 아이를 키우기에 이런 인프라의 부족은
너무 큰 마이너스요인이다.
내일쯤 나도 집으로 돌아가야겠다.
첫째는 눈치가 빠른 편은 아니지만 내 상태가
썩 좋지 않다는 것만은 아는 것 같다. 더구나 나도
모르는 새 내 표정이 자꾸 어두워지나 보다.
평소 아이에게
힘든 순간에도 아주 작더라도 긍정적인 면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얘기해 줬는데,
오늘 아이가 그런 말을 내게 했다.
“엄마는 나한테는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한다면서,
엄마는 지금 안 그런 것 같아.”
그렇지. 맞지.
이럴 때일수록 긍정적으로 밝은 면을 봐야지.
아이들을 키우는 일은 힘들고, 특히나 내게는
신체적으로 부담이 되는 순간들이 더 많았다.
하지만 지금처럼 힘든 순간에도
나를 일으키는 건 결국 아이들이다.
내일은 집에 가야겠다.
힘들겠지만 내 일상을 되찾고,
살 비비며 아이들과 함께 있어야겠다.
그리고 이제는 더 이상 우울해하지 않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