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장

by 정작가


마지막 장답게 이번 장에서 톨스토이는 예술이란 문제에 대해서 고심했던 지난 15년 간의 소회를 밝힌다. 그러면서 예술과 상관관계가 있는 과학에 대해 언급한다. 이 장에서 톨스토이는 지면의 대부분을 과학에 대한 이야기로 채워간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은 글을 보면 알 수 있다.


과학과 예술은 흡사 폐와 심장처럼 서로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어느 한쪽 기관이 고장 나면 다른 한쪽도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 없게 된다.


현대 과학에 대한 비판은 여태까지 예술에 대한 비판적인 견해를 견지했던 것처럼 더욱 구체적이고 세밀한 부분까지 들어간다. 그만큼 톨스토이에게 있어 과학은 예술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지위를 가진 부문이라고 해석해도 좋을 것 같다. <예술이란 무엇인가>라는 거대 담론 뒤에 과연 그간의 내용을 정리하지 않고, 과학에 대해 거의 장광설과도 같은 수준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라건대, 내가 예술에 관해서 이룩하려고 시도한 작업이 과학에도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런 톨스토이의 바람은 과학 또한 예술의 영역처럼 비판적인 식견을 견지하여 그것이 세상에 올바르게 자리 잡기 위한 바람은 아니었을까? 그리고, 드디어 바라고 고대했던 것처럼 현대 예술에 대한 그의 견해를 드러낸다.


현대 예술의 사명은, 인간의 행복은 인간 상호 간의 결합에 있다는 진리를 이성의 영역에서 감정의 영역으로 옮겨, 현재 지배하고 있는 폭력 대신 신의 세계, 즉 우리 모두에게 인간의 최고 목적으로 간주되는 사랑의 세계를 건설하는 일이다.


앞서 과학에 대한 비판의 메스를 들이댔던 것처럼, 인간의 유익을 위해 탄생한 과학이 결국은 인간이란 종을 말살시킬 수 있는 괴물로 변했다. 과학이 그러했던 것처럼 예술 또한 본연의 사랑이라는 가치에서 벗어나 소수에게 쾌락을 전수하기 위한 전유물로 전락한 것은 아닐까, 하고 안타깝게 바라보는 거장의 견해는 결국 과학이든 예술이든 사랑이라는 숭고한 가치로 귀결된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고 있는 것은 아닐지.




범우사에서 발간된 <예술이란 무엇인가>는 톨스토이의 예술론의 접한다는 측면에서 기대를 하고 읽었던 책이다. 연재를 하기 위해 한 줄 한 줄 읽어나가면서도 워낙 난해한 사상과 가치 기준을 이해하기 어려워 몇 번이고 되짚어 읽었던 적도 있었다. 또한 번역 문체 또한 만연체여서 행간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이는 톨스토이의 사상을 전달하는 데 일익을 담당한 번역가의 문제라기보다는 그에 맞는 소양을 갖추지 못했던 필자의 역량 부족이 컸다.


위대한 작가이자 철학자의 작품을 한 번 읽고, 그 심오한 뜻을 이해하려는 시도 또한 애초부터 무리수인 것은 인정해야 할 것 같다. 그렇더라도 한 장씩 책을 읽어나가면서 저자인 톨스토이의 사상에 심취했었고, 거장이 바라보는 예술론은 과연 범인(凡人)들의 그것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사실도 깨달을 수 있었다. 다만 톨스토이가 신앙을 가진 종교인으로서 예술의 모든 가치를 종교적인 것으로 환원하는 방식은 독자에 따라서는 거부감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종교만이 절대 진리일 수는 없을 것이고, 그동안 인류가 문명을 이루고 살아가면서 다양한 생각과 의식의 편린들이 예술의 총화를 이루어 낸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 물론 예술이 형성된 과정에서 종교적 역할은 컸다. 당시 톨스토이가 살았던 시대만 해도 종교적 제약과 영향이 현실을 벗어나기 힘든 시기였음을 감안한다면 다소 편중된 방향으로 예술을 해석할 수밖에 없었던 거장의 현실에 공감할 여지도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톨스토이가 주창하는 예술론이 현대 사회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엘리트 의식의 발현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이를 통해 진정한 예술의 길을 모색한다는 점이다. 톨스토이의 <예술이란 무엇인가>라는 저작이 기존에 가지고 있었던 예술의 고정관념을 깨고, 좀 더 본질적인 관점에서 예술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로 삼을 수 있는 텍스트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위대한 사상가가 바라본 예술의 진정한 가치는 무엇일지, 궁금하고 고민하는 독자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작품으로 기억되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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