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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궁극: 서평 잘 쓰는 법

조현행 / 생애

by 정작가


요즘은 스마트폰에서 인터넷이나 SNS 등으로 많은 정보와 지식을 얻기 때문에 독서에 대한 열기가 많이 줄어든 현실을 실감한다. 일상 속에서 독서의 사례로 일본 지하철에서 독서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한때 기사의 지면을 장식하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책을 읽는 대신 휴대폰 화면을 보느라 거북목증후군을 걱정해야 할 만큼 많은 이들이 스마트폰에 빠져사는 경우를 보게 된다. 그만큼 독서를 하는 사람들도 이전보다 많이 줄었다고 할 수 있다. 독서 인구가 이전만 못하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책을 읽는 사람들은 존재한다. 책은 인간에게 유용한 지식의 전달자로서 사유의 안식처로서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서도 과연 독서의 의미를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생각해 봤다. 스스로에게 물어봐도 딱히 답을 찾을 수가 없었다. 정보의 습득, 지식의 향유, 사유를 위해서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과연 이것이 독서에 대한 진정한 의미일지는 확신이 서지는 않는다. 말 그대로 독서의 궁극적인 목적을 안다면 아무래도 더욱 독서에 빠져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런 생각을 하다가 독서의 궁극적인 가치를 알려주는 한 권의 주옥같은 책을 발견했다. 바로 <독서의 궁극: 서평 잘 쓰는 법>이라는 책이다.


이 책은 '읽는 독서에서 쓰는 독서로'라는 부제가 달려있다. 독서의 의미를 읽는 것에서 쓰는 것으로 확장한 것이다. 책 겉표지 중간을 보면 책의 정체성을 알려주는 문구가 있다.


읽기만 하면 책으로부터 받은 모든 감동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집니다. 그러나 글쓰기를 하면 그것은 정신에 지문을 남기고 이윽고 내 삶의 재산이 됩니다.


여태껏 책을 많이 읽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때는 독서이력을 자랑하며 사람들에게 뽐낸 적이 있었다. 독서를 통해 얻게 되었던 사유의 가치, 깨달음 등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오로지 독서량에 대해서만 언급했던 지난 시절의 과오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고개를 들기 힘들 지경이다. 저자가 '쓰기'를 강조하게 된 계기 또한 주변에 엄청난 독서이력을 자랑하는 사람들이 꽤 있지만 그들 중 일부의 삶은 책이 주는 메시지와 상당히 달랐다는 것이 남의 얘기처럼 들리지 않는다.


책이 분명 인간의 생각과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는 아주 중요한 도구라는 믿음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책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읽어도 변하지 않는 인간에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자의 말처럼 책을 아무리 많이 읽어도 생각과 행동에 변화가 없다면 그것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말이다. 그러면 과연 어떤 식으로 저자는 이런 독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었을까? 그것은 바로 '쓰기'를 통해서 가능했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는 바로 독서에 대한 글쓰기, 서평을 통해 문제의 해결점을 찾아간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오늘 글을 쓰면 어제보다 아주 조금 달라진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것은 어제와 거의 차이가 없을 만큼 작을지도 모릅니다. 글을 쓰면 어제보다 조금 더 타인의 말에 귀 기울이는 내가 될 수 있고, 아주 조금 더 타인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자신을 보게 됩니다. 조금 더 현명해지고, 아주 조금 더 자신을 성찰하며, 아주 미미하게 삶에 대한 지혜를 길어 올릴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프롤로그에서 밝힌 저자의 이 말이 어쩌면 독서의 힘이자 책을 읽어야 하는 궁극적인 목표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럼 서평 쓰기는 과연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는지 접근해 보자.


저자인 조현행은 문화서평가이자 독서칼럼니스트이다. 주로 문학을 읽고, 문학에 대한 글을 쓰는 책벌레로 자신을 소개하고 있다. '읽는데서 그치는 독서가 아닌 삶이 변화되는 독서를 지향한다'는 문구에서 저자의 독서에 대한 지향점을 읽을 수 있다.


저자는 독서의 3단계를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1. 인지 - 책의 내용을 파악하고 이해하는 과정


2. 사고 -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나름의 답을 찾는 과정


3. 표현 - 도출된 사고의 결과물을 언어화하는 과정


책을 통해 읽은 내용은 사고와 표현의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면 금방 기억 속에서 사라질 수밖에 없다. 저자는 독서의 3단계를 통해 읽기 - 생각하기 - 표현하기로 이어지는 선순환의 고리로서 서평의 가치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블로그에 도서리뷰를 써오면서도 글에 대한 정체성을 파악하기는 쉽지 않았다. 어떨 때는 독후감 같기도 하고, 서평 같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런 의문을 풀어준 대목이 바로 독후감, 서평, 비평을 소개하고 비교해 놓은 장이다.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읽은 수강생이 쓴 독후감의 문장, 이현우 서평가가 쓴 서평의 문장, 남진우 문학평론가가 쓴 비평의 문장을 보면 그 차이를 대략적으로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저자가 주장하는 것처럼 독서의 궁극적인 목표인 서평의 효용성은 무엇일까? '독서의 궁극, '서평 쓰기'란 장을 보면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놓은 서평 쓰기의 효용에 대해 접근할 수 있다.


첫째, 내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알 수 있다.


둘째, 서평을 쓰면 생각이 정교해진다.


셋째, 서평 쓰기는 최고의 창조적 행위이다.


이 책은 총 6부로 구성이 되어있다. 1부는 왜 서평을 써야 하는가에 대한 개략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면 2부에서 6부까지는 서평 쓰기 1단계에서 5단계에 이르는 과정을 소개하고 있다. 서평 쓰기는 1단계: 기본기 다지기, 2단계: 읽기, 3단계: 쓰기, 4단계: 퇴고하기, 5단계: 분석하기로 나뉜다. 이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주목했던 부분은 바로 2부 ' 서평 쓰기 1단계: 기본기 다지기'라는 장이다.


프란츠 카프카는 '책은 우리 안에 얼어붙은 바다를 깨트리는 도끼여야만 한다'라고 말했다. 한 권의 책을 읽는다면 그만큼 의식적으로 충격이 있는 책을 읽어야 한다는 말이다. 이 장에서 언급한 기본다지기에서 '낭독! 언어의 감각을 깨워라'는 대목은 그야말로 독서에 대한 인식적 전환을 가져온 충격 그 자체였다. 책을 읽는다고 하면 묵독만을 생각했었는데, 낭독을 통해 언어의 감각을 깨워라고 하는 내용은 그동안 잊고 지냈던 낭독의 의미를 새삼 일깨워주기에 충분했다. 필사 또한 그 중요성을 알고는 있었지만 여전히 실천하지 못하는 독서의 방법 중 하나다. 이 외에도 5가지 글쓰기 훈련법에서 강조하는 묘사하기, 요약하기, 5줄 서평 쓰기, 정의 내리기, 들려주기라는 방식을 통해 글쓰기에 접근하는 저자의 창의적인 방식을 읽을 수 있다.


<독서의 궁극 서평 잘 쓰는 법>은 그리 두꺼운 책은 아니지만 독서와 글쓰기에 대한 가치를 일깨워주는 귀한 책이다. 단계별로 읽기, 쓰기, 퇴고하기, 분석하기로 들어가다 보면 각 단계별로 풍부한 예제와 서평 쓰기의 진수를 경험할 수 있다.


읽고 쓴다는 것은 책에서 얻은 앎을 온전히 자기 것으로 만드는 행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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