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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글쓰는 책

꽂히는 글쓰기의 잔기술

이지니 / 아롬미디어

by 정작가


주로 책을 직접 골라 읽는 편이지만 이 책은 현직 국어교사의 추천으로 책을 증정받아 읽었던 책이었던 만큼 남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확실히 기존에 읽었던 글쓰기 관련 책과는 격이 다른 느낌이랄까? 그렇다고 저자가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책날개의 소개글처럼 '도전하기'가 취미인 지은이가 글과 관련된 수많은 일에 종사하면서 생긴 노하우를 함축해서 진액처럼 담아놓은 느낌이라면 이 책이 탄생한 배경을 대략적으로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꽂히는 글쓰기의 잔기술>은 제목처럼 글쓰기의 기교만을 가르쳐 주는 책은 아니다. 저자가 머리말에서 밝힌 것처럼 오히려 '이 책에는 글 쓰는 기술이 없다'라고 단언하기도 한다. 이 책은 글쓰기의 방법론적인 접근보다는 사람의 마음을 울린다든지 독자와 통하는 글쓰기 등 글쓰기의 본질에 중점을 두었다는 느낌이 크다. 물론 책 제목처럼 꽂히는 글쓰기의 잔기술이라는 장에서는 8가지 비법을 공개하기도 한다.


공부에도 왕도가 없는 것처럼 글쓰기 또한 왕도가 있을 순 없다. 꾸준히 책을 읽고 지속적으로 글을 쓰는 방법 이외엔. 그런 측면에서 보면 2장의 내용들은 곱씹을만한 것들이다.


- 하루 한 줄이라도 써라


- 짧고 힘 있는 메시지를 담아라


- 메모하듯 써내려가라


- 블로그에 후기를 남겨라


- 즐겨보는 프로그램의 후기를 써라


- 독서 후 서평을 써라


- 글쓰기는 결국 습관이다


저자가 어렸을 때부터 지속적으로 일기를 썼던 것처럼 '하루 한 줄이라도 써라'라는 메시지는 자못 의미심장하다. 개인적으로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본격적으로 글쓰기를 시작했지만 아마 일기 쓰기가 없었다면 매일 글쓰기라는 목표에 다가서지 못했을 것이다. 블로그에 매일 공개 콘텐츠를 작성한다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정 쓸 것이 없으면 일기를 쓰는 것으로라도 꾸준히 글 쓰는 습관을 다졌던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독서 후 도서 리뷰를 남기고, 영화를 보고 영화 리뷰를 남기는 것 또한 블로그 운영을 한 이후 지속적으로 해온 일들이다. 그렇게 범위를 넓혀 전시, 공연, 여행 리뷰 등으로 관심을 확장하니 직, 간접적인 경험은 모두 글감의 소재가 되기에 충분했다. 저자의 말처럼 '생활 속에 글감'이 있는 것이다.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글의 감동은 기교에서 나오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당신의 인생 스토리를 담아라'라는 첫 장, 첫 편의 소제목은 강력한 울림을 준다. 그동안 글을 쓰면서 리뷰 위주로 작성을 하다 보니 개인적인 인생역정을 담기보다는 객관적인 입장에서 소감과 감상을 쓴 글이 대부분이었다. 그런 글 속에서는 사적인 감정이라든지 애환이라든지 하는 것들을 독자 입장에서 느끼기 어렵다. 문체가 건조해진 것도 감정적인 글보다는 비평 위주의 글을 써왔기 때문이 아닐까 하고 진단해 볼 수 있다.


글쓰기에서 책 읽기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다. 저자도 이점을 강조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문학 작품을 많이 읽지 않았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주로 자기 계발이나 경제와 관련된 책들을 주로 읽었던 것 같다. 하지만 글을 잘 쓰기를 위해서는 문학, 철학, 역사와 같은 인문학과 관련된 책들을 필수적으로 읽어야 한다. 블로그를 10년 넘게 운영하면서도 필력이 쉽게 향상되지 않았던 이유는 바로 이런 인문학 관련 텍스트를 많이 읽지 않았기 때문이다. <꽂히는 글쓰기의 잔기술>이라는 책을 통해서 다시금 독서의 가치를 되새길 수 있었던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다음은 책의 제목처럼 저자가 언급한 꽂히는 글쓰기의 잔기술 8가지다.


- 생활 속에 글감이 있다


- '생각'이 곧 '글'이다


- 주제에 맞는 글을 써라


- 편견을 버려야 글이 써진다


- 입장을 바꿔써라


- 상상력을 자극하는 글을 써라


- 뻔한 글 대신 펀(FUN)한 글을 써라


- 꿈과 연결된 글쓰기를 하라


글쓰기에서 새로운 방식은 없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었던 것들, 그중에서 자신이 택한 방법을 통해 지속적으로 글쓰기를 향상하는 방법 외엔. 이 책 또한 읽어보면 어디선가 한 번쯤 들어보았던 내용들이 많다. 저자가 머리말에서 밝혔던 것처럼 글쓰기를 주제로 원고를 집필하려 했을 때 설렘보다는 걱정이 앞섰다고 말한다. '시중에 나와 있는 글쓰기 책도 많은데'하고 말이다. 하지만 다시 저자가 그만의 방식으로 새로운 글쓰기 책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글쓰기에는 정답도 왕도도 없기 때문이다. 기존의 방식을 독창적으로 재해석하고 연구, 발전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면 분명 새로운 글쓰기의 기술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저자는 말한다.


당신과 같은 인생을 산 사람은 지구상에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당신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글을 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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