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역사의 쓸모

최태성 / 다산초당

by 정작가

스토리텔링이라는 분야가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은 온라인 콘텐츠에 의한 영향이 크다. 웹소설, 웹툰, 웹드라마 등의 괄목할 만한 성장은 역사에 대해 새로운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그런 측면에서 역사 분야의 베스트셀러인 <역사의 쓸모>에 대한 관심은 아주 당연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KBS 역사저널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알게 된 저자는 그 유명세만큼이나 학생들은 물론 일반인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명사가 된 지 오래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는 몰라도 이 책은 발간 직후 10쇄 이상의 출간 기록을 세우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책 표지를 보면 유화로 그린 화려한 색감의 도시 풍경이 인상적이다. 수많은 세월의 흐름 속에서 형성된 도시의 모습을 보면 그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이들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개개인의 역사에서부터 나아가 민족, 세계의 역사에 이르기까지 태어나고 살아가다 죽어가는 인간의 운명과 함께한 역사의 비늘이 미끈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은 그만큼 낯선 것에 대한 일종의 거부반응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한 편, 다소 생경한 분야에 대한 관심 또한 삶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여긴다면 낯설다고 해서 거부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의 쓸모>라는 책 제목은 이제 익숙해졌다. 그만큼 이 책이 출판계에 미친 영향은 크다. 책날개에서도 밝힌 것처럼 역사 공부에 재미를 느끼도록 한 저자의 공헌은 우리 사회에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그의 강의에 대한 소개 부분을 인용해 보면 다음과 같다.


그의 강의는 단편적인 사실 관계를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역사의 본질을 파고든다. 넘치는 에너지, 균형 잡힌 관점, 그리고 눈물을 쏙 빼게 만드는 가슴 뭉클한 이야기로 역사가 암기 과목이 아니라 사람을 만나는 인문학이라는 것을 깨닫게 만든다.


이런 소개는 그대로 책 속에서도 반영되어 나타난다. 역사 속에 나타난 장면들은 그대로 삶에 소중한 보화가 되고 안식이 된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얼마 전 재미있게 보았던 역사 드라마 <미스터 션사인> , <녹두꽃>과 관련되어 언급된 부분을 보니 이해의 폭이 한층 넓어지는 듯한 느낌이다. 책은 또한 어떤 편견에 빠질 수 있는 가능성을 차단해 주기도 하는데 이 책이 그렇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이 전부가 아니라는 아주 당연한 깨달음을 갖게 하는데 일조하고 있는 것 또한 이 책의 강점이라고 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책을 읽다 보면 균형 잡힌 주제의식이 엿보인다.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객관적인 사실을 직시하게 하는 것은 역사가의 필연적인 사명일지도 모른다. 그런 측면에서 저자인 최태성은 제대로 된 역사가라고 할 수 있다.


삶을 바로잡고 싶을 때마다 역사 속으로 시간 여행을 떠났다고 술회하고 있는 저자에게 ‘역사는 삶이라는 문제에 대한 완벽한 해설서다’로 정의된다. ‘자유롭고 떳떳한 삶을 위한 22가지 통찰’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역사의 쓸모>는 긴 세월 동안 역사를 탐구하며 방황 속에서 찾은 귀중한 깨달음들을 잔잔한 어조로 풀어낸다. 역사의 한 장면들을 대면하면서 당대의 삶을 치열하게 살아갔던 인물들에게 빙의되어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역사는 교훈을 준다. 책을 읽고 교훈을 얻겠다는 것이 고렷적 상투적인 의미로 반감될지라도 역사를 통해 배울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배워야 하리라. 그런 측면에서 【2장】 역사가 내게 가르쳐준 것들이란 장에서 언급한 키워드에 주목할 필요가 있겠다. 혁신, 성찰, 창조, 협상, 공감, 합리, 소통 등. 비단 이런 것들만이 깨달음의 전부는 아닐 것이니 자기만의 느낌으로 새로운 교훈을 찾아보는 것도 의미 있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유한한 인생을 살아가면서 의미 있는 삶의 궤적을 그리려고 하는 분들에게는 3, 4장의 일독을 권한다. 아마도 이 부분이 개인적으로는 큰 영감을 주었던 부분인 것 같다. 숱한 고민과 방황 속에서도 인생의 답을 찾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한 번 사는 인생을 무의미하게 소진하고 마감한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하지만 하루를 살더라도 떳떳하고 주체적인 인생을 살기 위해 노력한다면 분명 그에 상응하는 답이 주어질 것이다.


역사적인 인물들의 흔적을 복기하는 것은 엄혹한 상황 속에서도 그들이 한 선택을 통해 개개인마다 처한 환경과 대비되는 교훈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동학농민운동사에서 이름 없는 민초들의 죽음이 그들을 학살한 이들과 대비해 과연 무의미한 죽음이었을까? 그들을 죽이고 장수한 이들의 인생이 과연 의미 있는 인생이었을까 생각해 보면 결국 당대의 승리나 패배가 주는 의미를 역사적인 견지에서만 바라볼 이유는 없을 것 같다.


역사를 이해하는 방법은 직접 역사책을 읽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가공된 콘텐츠를 통해서도 가능하다. 물론 영화나 드라마 중에서 일정 부분 역사를 왜곡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거시적인 관점에서 맥락을 찾는다면 도움이 되리라고 본다. 이 책에서 언급한 영화나 드라마를 감상해 보는 것도 이 책을 이해하는 방편이 될 수 있겠다.


<역사의 쓸모>는 주로 한국사를 다루고 있지만 세계사 중의 한 장면을 다루기도 한다. 저자가 다루는 수많은 장면들을 모두 이해할 수 없겠지만 낯익은 장면이 더러 눈에 들어오기도 한다. 저자의 의식적인 흐름은 아닐지라도 역사적인 순서와 상관없이 배치된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서 역사적인 의미를 재조명해 보고, 그것이 개인적인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인지 유추해 보는 것도 역사를 대면하는 방식이 될 수 있으리라고 본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메이지 유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