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머스 머튼 / 성바오로
인간은 고독한 것을 싫어한다. 그래서 늘 주변을 사람으로 채우려 하고, 모임도 갖고 해 보지만 정작 고독한 상태로 회귀할 수밖에 없는 근원적인 한계에 부딪히기 마련이다. <고독 속의 명상>은 이런 인간의 근저에 깔려 있는 고독이 신과의 합일을 통해 새로운 기쁨으로 재탄생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해 주는 책이다. 고독 속에서 인간은 신을 만나고, 자기 자신과 대면하게 된다. 그러므로 고독은 무작정 외롭거나 하는 따위의 부정적인 의미로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진정한 신앙인의 가치를 재조명할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도 있어야 한다.
<고독 속의 명상>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영적 생활의 단면들'과 '고독에 대한 사랑'이 그것이다. '영적 생활의 단면들'에서는 신앙인으로서 영적 생활을 누리는데 도움이 되는 요소들이 나열되어 있다. 제1부 8장 '하느님의 사랑과 감사' 부분에서는 미지근한 신앙인에 대해 질타한다.
'뜨겁지도 차지도' 않아 탁 털어놓고 사랑하지도, 탁 털어놓고 미워하지도 않는 영혼의 미온성은 곤경에 빠지지 않고 가상의 자존심을 유지하기 위하여 표면적으로는 하느님을 사랑하는 척하면서 실은 하느님과 하느님의 뜻을 거부하는 상태이다.
이런 미온적인 상태를 거부하기 위해서는 항상 깨어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러므로 영적 삶은 무엇보다 깨어 있음의 문제이다.
또한 영적으로 사는 삶에 대해서도 명확히 일깨워준다.
영적으로 산다는 것은, 우리가 믿지만 볼 수 없는 하느님을 위하여 사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렇게 살기 위해서는 볼 수 있는 모든 것에 대한 갈망을 포기해야 한다.
이는 우리의 감각이 지극히 한정적이라는 인식에 기인한 것이다. 신앙인은 보이지 않는 가치에 우선순위를 두고 살아야 할 때도 있음을 설파하고 있는 말이다. 이는 결국 성서의 한 구절로 귀결된다.
"들을 만한 말을 다 들었을 테지만 '하느님 두려운 줄 알아 그의 분부를 지키라는 말 한마디만 결론으로 하고 싶다. 이것이 인생의 모든 것이다.(전도 12,13)
<고독 속의 명상>은 얇은 책이지만 영적인 생활을 하는데 큰 가르침을 주는 책이다. 특히 고독 속의 명상을 통해 하느님을 만나고 나와 조우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은 고독한 인간이 지향해야 할 삶의 단면이기도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