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 / 풀빛
철학자 화이트 헤드가 "서양 철학의 전통은 플라톤 저작에 대한 일련의 각주다"라고 말한 것처럼 플라톤은 서양철학사에서 독보적인 존재성을 가지고 있는 위대한 철학자이다. 소크라테스의 유명세 또한 스승을 기리기 위해 플라톤이 저술한 수많은 저서에 따른 것이라고 하니 그만큼 서양 철학사에서 플라톤의 위치를 가늠하기가 어려울 것 같지는 않다. 플라톤의 수많은 저작 가운데서도 <국가>는 단연 후세에 끼친 영향력이 큰 저서이다. 이는 루소가 <국가>를 "인간 교육에 대한 세계 최대의 논문"이라고 극찬한 일화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요즘 하버드 대학 교수인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가 라는 책이 서점가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국가> 또한 그런 '올바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물론 마이클 샌델의 '정의'와 플라톤의 '올바름'은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사유를 통한 접근의 관점에서라면 큰 차이는 없을 것 같다.
<국가>는 플라톤의 스승인 소크라테스와 지인들과의 철학적인 대화를 기록해 놓은 책이다. 여기에는 여러 명의 철학자들이 등장하는데 올바름에 대한 주제를 가지고, 서로 간에 설전을 벌인다. 물론 소크라테스의 궤변에 이의를 제기하다가 곧 수긍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국가>를 읽으면서 특이한 점은 국가에 대한 체제의 분류를 인간에 접목시킨 부분이다. 수 천년 전에 벌써 여러 가지 정치 체제에 대한 개념이 확립된 것도 놀랄만한 일이지만 그 체제를 인간적인 지위와 결부시켰다는 것 또한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최선자 정체, 명예 정체, 과두 정체, 민주 정체, 참주 정체로 일컬어지는 정치 체제에 대한 부분은 난해한 측면이 있다. 더군다나 우리의 현 체제인 민주정체가 자유를 넘어 방종으로 치닫게 된다면 참주 정체로 갈 수밖에 없다는 부분에서는 마치 우리의 미래가 암울하게 펼쳐질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엄습한 것도 사실이다.
이 책은 청소년 철학창고 시리즈로 출간된 책이다. 청소년들의 눈높이를 맞추다 보니 일부 항목은 생략된 곳도 있고, 책의 뒷부분에는 이해를 돕기 위해 플라톤의 사상과 <국가>에 대한 설명이 깃들여져 있다. 고전을 대함에 있어서 처음부터 원전을 대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 쉽게 풀어쓴 책을 선택한 것은 비교적 잘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든다. 얼마 전 읽은 <청소년을 위한 논어>도 마찬가지다. 무작정 원전과 주해만 읽었더라면 논어에 대한 배경 지식을 얻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청소년 철학창고에서 다루는 고전은 총 20권인데 우선 이것을 읽는 것만으로도 고전에 대한 수박 겉핥기식의 효과는 거두리라 생각된다. 좀 더 수준이 향상되면 원전과 주해가 달린 책을 읽어볼 참이다. 고전의 가치는 생각보다 크다. 미처 생각지 못했던 사상과 철학, 이전의 가치관들을 지금이라도 조금이나마 파헤쳐갈 수 있다는 것이 큰 기쁨으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