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치의 말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경쟁은 가속화될 것이다. 인간의 의식으로 만들어낸 자유, 평등, 정의 등과 같은 허울 좋은 말들이 더 이상 이 세상에서는 유효하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일찌감치 이런 사상은 그저 관념에 불과했다. 결국 먹고 살아가기 위해 치열한 경쟁체제에서 버텨내야 한다는 것이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현실적인 모습이 아닐까, 싶다. 타인에 대한 베풂과 배려는 이런 혼탁한 세상 속에서 사치일 뿐이다. 그렇더라도 인간 삶의 본질적인 측면에서 보면 어렵고 힘들더라도 지켜내야 할 덕목임에는 틀림없다. 사람들이 속물적으로 변해가는 것은 인간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사회구조적인 문제가 크다. 소위 배웠다고 하는 엘리트계층이 고작 제 일신의 안위나 이익만을 추구하는 세태에서는 오히려 평범한 위치에서 성실하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희망의 주체가 될 뿐이다. 아직은 재정적인 위기 상황이라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가능성도 크지 않지만 의식 향상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힘써야 하는 것은 멈출 수 없는 일이다.
얼마전 동문 모임을 하면서 은퇴 후의 삶에 대해 잠깐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모두들 현실에 안주하는 삶이 가장 현명한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런 이야기가 결코 허투루 들리지 않는 것은 그만큼 세상살이가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칠순이 넘어서까지 일을 해야 하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감안하면 무작정 은퇴만이 능사는 아닐 것이라는 생각에 공감이 가기도 한다. 그런 한편, 단 한 번의 생애를 먹고사는 일에만 전념하며 정작 하고픈 일을 도외시하고 살아가는 것이 제대로 된 인생 여정인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이유가 충분하다. 지난 15년간 정체성을 규명하고, 크리에이터로서 살아가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던 시간들을 뒤로하고, 그저 먹고살기 위해 세상의 흐름에 빠져들어야 하는 것이 올바른 선택일지 아니면 조금 덜 누리더라도 원하는 일을 하며 매 순간 행복의 가치를 좇는 것이 합당할지 고민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연금으로 안정된 생활이 가능할지도 미지수일뿐더러 과연 그런 경제능력으로 원하는 일을 하며 살아갈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긴 하다. 이래저래 고민이 많다. 그저 죽기 살기로 공부에 매진하는 이유는 더 이상 시간을 헛되어 낭비해서는 안된다는 자각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