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산 / 해냄출판사
영상시나리오작가협회의 시나리오 과정을 등록한 적이 있다. 비록 꾸준하게 시나리오에 전념한 것은 아니지만 시나리오에 대한 열망은 마음 한 구석에 자리 잡은 지 오래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시나리오를 쓴 것은 과제 형식을 빌어서 일뿐 실질적인 시나리오라고 하기엔 부족한 측면이 많다. 그러던 중 다시 글쓰기라는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게 되면서 과연 내가 써야 할 글은 무엇일까 고민하게 되었다. 시나 소설은 예술가의 영역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수필을 쓰기엔 아직 연륜이 모자라다는 느낌이 컸다. 요즘 부쩍 관심을 갖게 된 스토리텔링이라는 분야도 이야기에 관련된 것이라면 영화의 대본인 시나리오를 써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는지 모른다.
<한국형 시나리오 쓰기>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아주 우연한 계기였다. 서점의 한 코너에서 영화와 관련된 책을 고르다가 발견한 것이 이 책이다. 더 정확히 말한다면 <시나리오 마스터>라는 책을 사고 같은 저자의 책을 고른 것이 <한국형 시나리오 쓰기>다. <시나리오 마스터>는 <시나리오 가이드>의 후속 편이다. 물론 이 책은 외국 서적이고 <한국형 시나리오 쓰기>를 쓴 심산 작가의 번역본이다.
처음에 이 책을 집어 들었을 때 느낌은 좋았다. 표지에서 풍기는 디자인의 아우라는 직감적으로 나를 자극했다. 예감은 적중했다. 책을 읽고 나니 시나리오에 대해 이처럼 명쾌하게 의문을 풀어주는 책은 만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시나리오를 쓰는 데 있어서 바이블과 같은 존재로 표현한다면 지나친 표현일까?
이 책을 표현한다면 프롤로그의 제목처럼 '한국적 시나리오 작법의 모색' 측면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시나리오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론을 제시하는 시나리오 작법서라고 할 만하다. 물론 저자의 말처럼 이런 작법서를 여러 권 읽는 것보다 한 편의 시나리오라도 완성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에는 동감한다. 그렇다고 무작정 맨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시나리오를 쓸 수는 없는 법이다. 최소한 이 한 권의 책이라도 참고하면서 시나리오를 쓴다면 시나리오 쓰기가 무모한 도전으로 전락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시나리오가 진입장벽이 낮은 탓에 그만큼 성공하기가 어려운 장르 중에 하나라는 것에는 이의를 제기할 사람이 없다. 그렇다면 과연 글쓰기 중에서 쉬운 장르가 있을까? 단언하건대 없다고 본다. 저자도 시나리오 지망생들은 넘쳐나지만 막상 제대로 된 시나리오가 없는 현실을 개탄해한다. 또 시나리오를 써서 성공한다는 것은 낙타가 바늘귀에 들어가는 것만큼 어렵다는 것도 일깨워준다. 하지만 엄연히 시나리오는 누군가의 손에서 탄생하고, 일 년에도 수십 편씩 영화는 개봉된다. 단지 그 영광을 누가 누릴 것인가 하는 것이 문제일 뿐이다. 그만큼 치열하게 공부해야 되는 것이 시나리오이니 만만히 보고 접근하지 말라는 엄중한 경고의 메시지를 가열하게 표현하는 것이 아닐까?
미지의 길을 찾아갈 때 누군가 내미는 작은 손길도 큰 위안이 된다. 그런 측면에서 <한국형 시나리오 쓰기>는 수많은 시나리오 지망생들에게 한 줄기 빛처럼 따사로운 위안을 줄 희망의 메신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