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준 / 미어캣북스
한 권의 책을 만난다는 것은 인연만큼 소중하다. 또한 적절한 시점에 제대로 된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이 그렇다.
얼마 전, 개인적으로는 충격적인 일이 있었다. 아파트를 매물로 내놓아야 할 만큼 급박한 상황이 전개되었기 때문이다. 이대로 몇 달 버티지 못할 것 같은 위기감도 찾아왔다. 2주 동안 마치 지옥 속을 여행하기라도 한 듯 마음은 혼란스러웠다. 개인회생이라는 달콤한 유혹도 찾아오긴 했지만 긴축재정이라는 정면 돌파로 마음을 정했다. 그런 일을 겪어서였는지 몰라도 <목욕탕에서 만난 천만장자>는 마치 구세주를 맞이하는 듯 애절한 심정으로 읽었던 책이다.
이 책은 자기 계발서적이긴 하지만 스토리텔링기법을 가미한 소설 형식을 취했다. 400쪽이 넘는 두꺼운 책이지만 이야기 형식이라 읽는데 큰 부담은 없었다. 목욕탕에서 만난 천만장자라는 콘셉트는 저자의 전작 <목욕탕에서 만난 백만장자의 부자 이야기>라는 책과 일맥상통한다. 책을 출간한 지 17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만큼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백만장자가 천만장자로 변한 것이 달라진 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부자를 어떤 식으로 호칭하든 그것이 무슨 상관일까? 그 때나 지금이나 부자가 되지 않았다면 부자 마인드를 키워야 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저자는 현재 가천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서강대 경영학과, 미국 드럭셀 MBA, 국민대 경영학 박사, 고려대학교 정책대학원 최고위 과정을 수료했다. 매일 저녁마다 책 한 권 읽기를 실천하는 독서광이다. 책날개에 있는 강의 원칙에서는 뚜렷한 지향점이 보인다.
실무에서 체득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론이 아닌 현장, 학점이 아닌 학습, 지식이 아닌 지혜를 강의의 제1원칙으로 삼고 있다.
이런 저자의 강의 원칙은 책에서도 그대로 녹아있다. 현학적인 이론을 통해 부의 본질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현장 속에서, 단편적인 지식보다는 보다 거시적인 안목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지혜를 깨우쳐준다.
<목욕탕에서 만난 천만장자>는 막연히 부자를 만들어주겠다고 유혹하는 책이 아니다. 구체적인 전략과 플랜을 통해 실질적으로 부자로 향해 갈 수 있는 길을 안내해 주는 책이다. 또한 그런 방법적인 측면에만 중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돈과 부자의 본질에 대한 내용으로도 상당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때론 알아야 할 정보를 구체적으로 적시하다 보니 약간 딱딱하다는 느낌이 들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스토리텔링 기법을 활용하여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흡인력 있게 끌고 가는 저자의 노련한 필치를 보면 두꺼운 책을 결코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게 하는 마력을 느낄 수 있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돈 버는 시스템은 결코 낯선 것은 아니다. 언제쯤 한 번쯤 들어본 적이 있거나 실제로 시도해 보았던 방법도 있다. 이 책에서 중요한 것은 돈 버는 시스템의 단계를 구체적으로 명기해 놓았다는 사실이다. 이 시스템은 제법 독창적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재테크 1단계로 비상금을 모으라는 저자의 조언은 신선하기까지 하다. 대부분 재테크 서적을 보면 우선 절약하고 아끼라는 것이 기본적이긴 하지만 비상금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그것도 한 가구당 1천만 원의 비상금을 모으라는 구체적인 액수까지 제시한 것은 이 책이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특히 이 부분에서 빚의 두 가지 특징에 대해 언급한 부분을 보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한다.
빚의 두 가지 특징은 ‘기한’과 ‘속도’라네. 빚은 언젠가는 갚아야 하는 ‘기한’이 있고, 빚은 또한 빠르게 늘어나는 속성을 지녔기에 ‘속도’라는 문제를 갖고 있네.
개인적으로 아무렇지 않게 느껴졌던 빚이 세월이 흐를수록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경험이 있던 것을 보면 복리의 무서움을 더욱 절감하지 않을 수 없다.
저자가 제시한 ‘재테크 2단계: 현금만 쓰기’는 실제로 한동안 신용카드를 없애고 체크카드만 쓰며 실천한 적이 있었던 재테크와 관련된 습관이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다시 신용카드를 쓰게 되었고, 이전처럼 단기카드대출자금을 돌려 막기 하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던 것이다. 실제로 재정적인 위기를 겪고 난 후 그때부터 스마트폰 앱을 다운로드해 가계부를 쓰기도 했지만 문제는 지출 사항을 기록만 했지 현실적으로 지출을 줄인다든지 예산을 짠다든지 하는 실천적인 행동은 없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가 제시한 ‘재테크 3단계: 예산에 맞춰 생활하기’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실천과제로 근 한 달째 실천 중이다. 놀랍게도 예산에 맞춰 생활하다 보니 전달보다 무려 50% 가까이 소비가 줄었다. 이런 사실을 보면 저자의 주장이 결코 무리한 것이 아님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재테크 4단계: 빚 없애기’는 궁극적으로 재정적으로 안정적인 삶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단계라고 할 수 있겠다. 아직 개인적으로는 이 단계에 이르는 것이 까마득해 보이긴 하지만 지출을 줄이고, 절약 습관을 기른다면 결코 도달하지 못할 목표는 아니라고 본다. ‘재테크 5단계: 투자하고 기다리기’는 그동안 투자 실패의 원인이 조급함에 있음을 되돌아보게 한다. 이런 돈 버는 시스템 이외에도 책을 읽다 보면 재테크와 관련된 주옥같은 명언들이 많다. 친절하게도 중요한 부분은 색깔을 달리 해놓아서 책을 완독 하지 못할 상황에 있다면 이 부분만 집중적으로 정독을 해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한 권의 책이 현실 상황에 적재적소에 맞아떨어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하지만 <목욕탕에서 만난 천만장자>는 십수 년 만에 다시 찾아온 재정위기 상황에 맞춰 그에 걸맞은 해법을 제시하고 있어 실제로 재정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던 책이다. 우리가 아무리 책을 많이 읽어도 실질적으로 현실적인 상황에 도움을 주는 책을 만나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목욕탕에서 만난 천만장자>는 인생의 위기 상황을 벗어나게 해 준 보석과도 같은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