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근 / 믹스커피
지금 우리에겐 제자백가 철학이 필요하다고 설파하고 있는 저자는 인류의 미래에 관심을 가지고 인생의 모순과 인간의 실존에 문제의식을 지니고 이런 질문들에 해답을 찾는 과정을 인생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다. 동국대학교에서 철학과 불교학을 전공했고 동 대학원에서 동양철학을 공부하기도 했다. 브런치에서 ‘김바솔’이라는 작가명으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는 인문과 예술, 책과 영화에 관한 글을 쓰고 있으며, 블로그 바스락(www.basolock.com)을 운영 중이다.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나는 철학>은 제자백가가 왕성한 활동을 했던 당시 위대한 사상가들의 궤적을 통해 인생을 살아가면서 반드시 필요한 철학을 다시 일상의 수면 위로 끌어올린다. 이 책에서 주로 다루고 있는 철학자는 8명이다. 공자, 노자, 묵자, 맹자, 장자, 순자, 법가, 명가가 그들이다. 이들은 서양의 철학자들과 대담 형식으로 동서 간의 화합의 장(?)을 열기도 한다. 또한 시공간을 초월한 이런 사상적 논의를 통해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철학의 세계로 우리를 인도하기도 한다.
이 책에서 처음으로 등장하는 철학자는 동양철학을 대표하는 공자다. 공자의 철학은 유가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데 《논어》가 핵심 경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시작은 인과 예, 충과 서라는 다소 고답적인 철학 속으로 들어가는 듯하지만 ‘타인을 나처럼 대접하는 일’, ‘인간의 자연스러운 마음에 기대어’,‘배우고 생각하고 실천하라’ 등 현실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상을 설파하고 있다는 점에서 철학적인 난해함을 풀려는 저자의 의도를 느낄 수 있다. 또한 공자, 노자, 맹자, 장자 등 익숙한 철학자에서부터 묵자, 순자, 법가, 명가에 이르기까지 다소 생소한 철학자를 배치하여 새로운 철학자를 알 수 있도록 배려한 의지도 엿볼 수 있다.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나는 철학>에서 가장 특징적이라고 할 만한 것은 대담형식이다. 이 대담에는 다양한 철학자들이 등장하는데 유명한 서양 철학자와 동양 철학자의 만남은 그것이 비록 가상적인 형식을 띠고 있더라도 묘한 여운을 남긴다. 어떻게 보면 진지한 대화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실상은 각 철학자의 대표적인 사상을 함축해 놓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 점잖은 철학가들이 보편적인 진리를 설파하다 보니 내용이 딱히 귀에 쏙쏙 들어오지 않는 것이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철학자별로 각기 고유한 사상적 세례를 경험할 수 있는 장을 제공해 주긴 했지만 일목요연하게 철학적 가치를 사유할 수 있는 장으로선 역부족이었다는 느낌도 든다.
제자백가의 철학은 동양철학의 진수로서 널리 회자되고 오랜 세월을 이어온 학문의 영역이긴 하지만 현대 방식에 걸맞게 적용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복잡다단한 현대 사회에서 도덕과 윤리만 가지고 살 수 없는 한계상황도 엄연히 존재한다. 공자 왈 맹자 왈이라는 말이 다소 진부하고, 고리타분한 이야기의 상징적인 표현으로 쓰이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런 한 편, 좀 더 심층적으로 저자가 배치한 텍스트를 토대로 철학적인 접근을 시도한다면 그동안 미처 알지 못하던 철학적 사유의 세계에서 노닐 수 있는 기회를 포착할 수도 있다.
개략적으로 책에서 다루고 있는 동양철학자들의 일면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공자의 가르침은 조건 없이 남을 챙기고 아낀다는 것에 방점을 둔다. 노자는 물처럼 사는 것이 가장 좋다는 진리를 알려준다. 절대도 없고 상대도 없다는 진리는 여기에서 나온 것이다. 묵자는 차별 없이 사랑하고 평화를 지키는 법에 대해서 설파한다. 전쟁에 맞서는 묵자의 논리와 부국강병을 위한 방법들은 그에 맞갖은 교훈을 준다. 맹자는 사람답기 위해 마땅히 가야 할 길을 밝혀주는 역할을 강조한다. 의를 위해 죽음도 불사하겠다는 각오는 여기에서 나온 것이다. 장자는 한계와 경계가 없는 변화의 철학을 추구한다. 자연을 따르며 긍정적으로 살자는 것이 모토다. 순자는 조금 더 나은 인간으로 거듭나고자 하는 욕망을 자극한다. 욕망과 이익을 추구하는 인간의 존재에 대해 다룬다. 법가는 군주에 충성하고 법에 복종하라는 법치주의의 단면을 보여준다. 명가는 명과 실을 밝혀 혼란을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내비친다.
‘사는 게 불안한 우리를 위한 아주 특별한 철학 수업’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철학적인 사유를 통해 현실적인 문제점을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풀 수 있다는 점에서는 유익한 텍스트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처한 척박한 현실을 들여다보자면 백가쟁명의 시대 가치가 지금으로 이어져 얼마나 큰 도움을 줄지 섣불리 판단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보편적인 가치의 중심에 서 있는 철학은 때론 우리에게 커다란 울림을 주기도 하지만 종종 사변 잡기 식으로 비칠 때도 있다. 특히 동양철학은 철학자의 본래 의도와는 상관없이 종종 정치가들과 권력을 가진 이들의 도구로서 백성들을 우민화시키고, 소수 특권층의 위치를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악용되어 온 측면에서 본다면 그에 대한 폐해 또한 만만치 않음을 인식해야 하리라고 본다.
저자의 의도대로 이 책을 통해 동서고금의 다양한 철학사상가들과의 대담이 그들을 향한 편견과 오해를 풀 수 있었던 장이 될 수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이 책으로 인해 춘추전국시대 중국 사상가들인 제자백가가 어떤 식으로 당대를 이해하며 살아갈 수 있었는지 살펴보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