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자본론

마스다 무네아키 / 민음사

by 정작가


<지적자본론>이라는 다소 거창한 제목을 보고 무작정 골라든 이 책은 지적자본에 대한 원론적인 가치를 풀어놓은 텍스트는 아니다. 저자가 운영하는 서점에 혁신적인 사업방식을 도입하여 성공한 사례를 담고 있는 이 책은 오히려 인문서라기보다는 경영 서적에 가깝다. 오직 디자이너, 즉 기획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 저자는 기획하고, 제안하라는 단순하면서도 명료한 메시지를 던진다. 지금은 지적자본의 시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정체성의 측면에서 살펴보면 ‘제안’은 그 자체로서 나를 상징적으로 드러내주는 키워드라고 할 수 있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많지는 않지만 이런 제안의 가치에 간혹 귀 기울이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아직은 뚜렷한 메시지와 특별한 제안을 할 단계는 아니지만 그런 정체성을 살려 대중들에게 유익한 가치를 전파하는 일에 일생을 걸어도 후회하지는 않을 것 같다.


‘나는 기획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간명한 메시지를 던지는 저자인 마스다 무네아키라는 일본에서 1400여 곳 이상의 TSUTAYA 매장을 운영하는 컬처 컨비니언스 클럽 주식회사(CCC)의 사장 겸 최고경영자다. 여러 가지 사업을 전개하며 새로운 붐을 일으키고 있는 그는 사업을 통해 라이프 스타일의 창조자로서 가치를 전달하는 메신저다. 지적자본의 시대를 살아가면서 사업의 가치를 전통적인 방식에서 탈피하고자 노력하는 경영자인 저자는 다양한 경영철학을 통해 기존의 사업을 라이프 스타일의 완성이라는 방향으로 이끌고 있다. 그런 저자의 인식은 ‘모든 사람이 디자이너가 되는 미래’를 꿈꾸는 원대한 이상으로 완성된다.


번역서라는 이유 때문인지는 몰라도 한 번 읽고 책의 정체성을 파악하기는 쉽지 않았다. 구체적인 매장의 사진이 사업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곳곳에 널려있는 다소 생소한 용어는 이 책이 일반인들이 읽기보다는 전문경영인에게 특화된 책이라는 편견을 갖게 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기(起), 승(承), 전(轉), 결(結)로 구성된 목차는 책의 일관성과 연결성 측면에서 다소 모호하다는 인상을 받기도 한다. 소개해 보면 다음과 같다.


기(起), 디자이너만이 살아남는다


승(承), 책이 혁명을 일으킨다


전(轉), 사실 꿈만이 이루어진다


결(結), 회사의 형태는 메시지다


고로 이 책을 이해하려면 전체적인 맥락에서 파악하기보다는 단편적이고 파편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유리하다. 실제로 책의 구성을 살펴보면 초반 대화체로 시작하여 기(起), 승(承), 전(轉), 결(結)이라는 순서만 있을 뿐, 중간에 소제목이 없어 내용의 맥락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는 몰라도 책을 넘기다 보면 유난히 밑줄 친 부분이 많다. 저자의 입장에서 이 부분을 강조한다는 측면에서 살펴본다면 이곳에 방점을 두고 책을 읽는 것이 유리할지도 모르겠다.


저자가 언급한 것처럼 이 책은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자본론》과는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다. 이 책을 구입한 독자들이 혹시라도 제목을 보고 책을 구매했다면 사과한다고 표현한 것을 보면 제목이 관심을 끌기 위한 방편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는 몰라도 《자본론》에 잠깐 지면을 할애하기도 한다.


이 책에서 가장 쇼킹한 부분은 최고경영자인 저자가 서점 사업을 하면서 ‘서점은 서적을 판매하기 때문에 안 되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린 부분이다.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지만 책을 읽다 보면 저자가 어떤 의도로 이런 결론에 도달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인용해 보면 다음과 같다.


고객에게 가치가 있는 것은 서적이라는 물건이 아니라 그 안에 풍부하게 들어있는 제안이다. 따라서 그 서적에 쓰여 있는 제안을 판매해야 한다. 그런데 그런 부분은 깡그리 무시하고 서적 그 자체를 판매하려 하기 때문에 ‘서점의 위기’라는 사태를 불러오게 된 것이다.


이런 저자의 주장은 최근 오프라인 서점에 불고 있는 변화와도 무관하지 않다. 언제부턴가 서점에서는 단순히 책만 파는 것이 아니라 문구와 미용과 관련된 제품 판매는 물론 독서공간 제공, 카페 운영, 취미 생활공간으로도 영역을 넓혀 다양한 고객들을 확보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故)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개발하면서 단순히 제품을 팔기보다 앱을 통해 구현된 라이프 스타일의 판매자였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책의 뒷부분을 보면 ‘CCC연대기’라고 해서 저자가 창업 이후 회사의 변천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놓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CCC의 공간들’에서는 다케오 시립도서관, 본사 사무실, 하코다테 츠타야 서점, 다이칸야마 츠타야 서점의 칼라도판으로 된 사진을 확인할 수 있다. 다양한 사진들을 통해 디자인에 기초한 사업 아이디어를 돌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


<지적자본론>을 단순한 경영서로 치부하기보다는 전략적 측면에서 지적자본이 중심이 되는 새로운 사회의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제안서로 읽어야 하는 것은 행간에서 느껴지는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사업을 대하는 태도와 발상 등이 진부하다고 생각되지 않기 때문이다. 책의 뒤표지에 소개된 ㈜ 우아한 형제들, 배달의 민족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한명수 CCO의 추천사는 이 책의 가치를 더욱 빛내준다.


미래의 나무에 모두의 관계가 행복해지는 열매를 맺게 하고 싶다면, 마스다 무네아키가 길러 낸 지혜의 나무 아래로 잠시 들어와 바람과 빛이 가득한 <지적자본론>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이 책을 읽고 나면, 머리와 마음에 낭창한 센스가 넘쳐흐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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