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운회 / 알렙
책표지 앞면을 보면 피라미드 형태를 띤 한 편의 그림이 있다. 계층 간에 주요 인물들이 배치되어 있고, 맨 꼭대기에는 자본주의로 상징되는 달러가 한 자루 놓여있다. 돈의 가치를 마치 우상처럼 떠받치는 자본주의 사회의 모습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그림이다.
<왜 자본주의 고쳐 쓸 수 없는가>라는 책의 제목처럼 우리는 왜곡된 형태의 자본주의 시스템에 운명을 맡기고 있다. 이 책의 부제인 ‘약탈 본능의 시대, 자본주의 사용 설명서’라는 표현에 걸맞게 우리는 약탈적인 본능이 난무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스테판 에셀의 <분노하라>는 책으로 촉발된 미국 뉴욕의 월스트리트 점령자들은 상위 1%가 좌지우지하는 금융 시장의 교란을 더 이상 목도할 수 없어 거리로 나섰다. 소수만이 승자가 되고, 다수가 패배자가 될 수밖에 없는 자본주의는 책 표지의 그림처럼 우리의 운명을 옥죄는 시스템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그렇다면 과연 이런 자본주의를 새로 바꿀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그에 대한 대안을 제시한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자본주의라는 거대 담론을 이야기하려면 광범위한 배경지식이 필요하다. 고작 자본주의와 관련된 몇 권의 책을 읽고 이렇듯 무거운 주제로 접근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다만 자본주의의 폐해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고, 이런 폐해로 말미암아 많은 사람들이 고통과 비탄에 빠져 살아가고 있는 현실을 목도하면 과연 돈의 실체가 무엇인지 파헤쳐보지 않을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 이유로 <왜 자본주의는 고쳐 쓸 수 없는가>라는 책을 선택하게 된 것은 시의적절한 판단이었는지 모른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는 다양하다. 그만큼 자본주의에 대해 기술한다는 것이 어렵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이 책은 미국 정치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역사의 종언>으로 시작된다. 칸드와 헤겔, 포이어바흐, 마르크스가 등장하기도 하고, 우리나라가 어떻게 후진국에서 선진국에 가까운 국가로 발전했는지 그 이유를 상세하게 설명하기도 한다. 바뵈프, 프루동, 바쿠닌으로 대표되는 과격한 사회주의 운동가를 소개하고, 마르크스의 공산주의 이론이 교조성(敎條性)으로 그 한계를 드러내는 원인을 진단하기도 한다. 토마스 쿤이 <과학혁명의 구조>라는 책에서 처음 사용한 패러다임이라는 용어에 대해 정의를 내리기도 하고, 철학이 없어 번영하는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도 서슴지 않는다. 또한 자본주의에서 개인 욕망의 충족은 허무주의, 쾌락주의, 물신숭배로 귀결되는 과정임을 고찰한다. 골프의 경제학을 통해서는 천민자본주의 한국의 실체를 밝힌다. 약탈 본능의 종합선물세트인 전쟁과 국제 금융의 모럴해저드로 인한 세계 금융 위기의 실체를 파헤치기도 한다. 이런 방식으로 자본주의와 관련된 다양한 주제는 끝없이 이어질 듯한 기세로 뇌리 속을 자극한다.
거대한 담론을 다루는 만큼 다양한 측면에서 자본주의에 대해 고찰할 필요가 있겠지만 그보다도 우리가 처한 상황이 어떤지 그 실체부터 살펴보는 것이 우선시되어야 할 것 같다. 그런 욕구를 충족시키기에 할애한 장이 있다. 바로 제2부 케멜레온의 노래 : 끝없이 변화하는 자본주의에서 신자유주의 사조에 대해 언급한 부분이다.
신자유주의는 자본주의를 거론할 때면 어김없이 등장한다. 신자유주의의 기원은 고전적 의미의 자유주의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과연 신자유주의 명확한 정의는 무엇일까? 이 책에 소개된 내용을 인용해 보면 다음과 같다.
신자유주의는 정부의 지나친 개입이나 간섭으로부터 시장을 보호하여 시장이 가진 고유의 자율적인 보정 기능을 회복시켜 보자는 생각입니다.
저자가 말한 것처럼 신자유주의는 이런 기치아래 고전적 의미의 자유주의를 기반으로 하되 현실주의의 가정을 대폭적으로 수용한 사상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레이거노믹스나 대처리즘으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는 경제적인 가치와 맞물려 회오리처럼 우리 사회를 휘젓고 있다. 신자유주의의 폐해로 지적되는 효율성, 시장 중심의 정책은 국가의 개입을 필요로 하는 소외계층을 제대로 지켜주지 못한다. ‘개천에서 용이 나’는 신화가 사라진 시대의 모습은 신자유주의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런 사회에서 자본주의에 적응하지 못하는 계층은 패배자로 전락하고 만다. 자본이 우선시되는 사회, 이것이 신자유주의의가 추구하는 핵심적인 가치다.
<왜 자본주의는 고쳐 쓸 수 없는가>는 우리가 접근하기에 다소 꺼려하는 자본주의의 속성을 다양한 방식을 통해 접근한 자본주의 설명서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다. 현 자본주의의 근간이 되는 신자유주의의 기원과 폐해,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현상들을 통해 자본주의의 속성을 진단하고 그 속에서 우리가 대처해야 할 배경지식을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자본주의를 올바로 이해할 수 있는 교본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