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네시 윌리암스 / 민음사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는 당시 시대 상황을 반영한 수작(秀作)으로 인정받는 작품이다. 유진 오닐을 잇는 미국 현대 희곡의 거장으로 추앙되고 있는 테네시 윌리엄스의 대표작이다. 이 작품은 책 뒤표지의 ‘꿈과 현실, 이성과 욕망 사이를 줄타기하는 나약한 인간들의 초상’이라는 표현에 걸맞게 현대인들의 욕망과 갈등을 감수성이 뛰어난 대화를 통해 여실히 드러낸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욕망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자의건 타의건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타는 순간 이들의 질주는 거침없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운명의 공동체가 되는 것이다. 그들은 바로 블랑시, 스탠리, 스텔라라고 하는 인물들이다. 극 중에서 블랑시는 스텔라의 언니이고, 스탠리는 스텔라의 남편이다. 어찌 보면 스텔라가 주인공인 것처럼 보이지만 블랑시가 사건을 이끌어가는 핵심 인물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
작품에서 블랑시는 전형적인 미국 사회에서 재정적, 가정적으로 파탄을 맞은 인물로 그려진다. 이런 설정은 당시의 상황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경쟁사회에서 한 번 도태된 자는 결코 다시 일어설 수 없다는 냉혹한 현실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인물이 바로 블랑시다. 냉혹한 현실 앞에서 번번이 좌절하고 절망에 빠질 수밖에 없었던 블랑시는 도피처로 욕망을 택한다. 그 욕망은 또한 쉽게 실현되지 않는다. 절망에 빠진 블랑시는 결국 자본주의의 폭력을 상징하는 인물인 스탠리와 극심한 갈등이 생기고 상황은 파국을 향해 치닫는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쟁은 어쩌면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작용한다. 하지만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했다고 해서 파멸할 수밖에 없는 사회라면 그것은 건강하지 못한 사회일 수밖에 없다. 경쟁에서 진 사람들을 위무하고 다시 용기를 내어 일어설 수 있는 사회가 될 때 사회는 건강해진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인 블랑시는 경쟁에서 도태되고, 자본주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미국이란 사회에서 버림받은 사람이다. 하지만 그것은 오로지 자기 자신의 잘못만은 아니다. 욕망을 탐닉하게 만드는 사회 구조 속에서 꿈을 잃고, 비정한 현실에서 좌절하게 만들 수밖에 없는 한계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이 가장 큰 의미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 처해 새롭게 갈 길을 모색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는 자본주의의 속성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는 현실을 등장인물을 통해 신랄하게 고발한다. 또한 등장인물 사이에서 벌어지는 미묘한 갈등 관계를 통해 현실을 우회적으로 비판한다.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블랑시라는 인물의 탄생은 욕망의 한계가 가져다주는 비극적인 현실을 적절하게 수용할 수 있는 전형적인 캐릭터의 발현을 통해 효과적으로 극의 전개를 돕는다. 블랑시의 대척점에 선 스탠리는 자본주의 모순과 폭력을 상징하는 인물로서 재도약의 기회를 번번이 좌절시키는 냉혹한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다. 상징과 대비가 적절하게 활용된 기법을 통해 극의 의미를 유추해 갈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해 주는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는 퓰리처상 수상작에 선정될 만큼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이 위대한 작품을 통해 세상 보는 눈을 틔우고, 부조리한 현실 인식을 조금이나마 확장시킬 수 있었던 것은 값진 수확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