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

다치바나 다카시 / 청어람미디어

by 정작가

이 책의 첫 장인 ‘나의 지적 호기심’이라는 장을 보면 의미심장한 구절이 있다.


보통 사람들이 즐거움으로 삼고 있는 일들이 이제는 더 이상 재미있지 않습니다.


지금의 내가 그렇다. 세월이 흐르다 보니 성향도 변하는 것일까? 공부를 하고 있을 때가 가장 즐겁다는 저자의 성향은 따라가지 못하더라도 지금은 책 읽고 글을 쓰고 하는 일들이 다른 일을 하는 것보다 즐겁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인 다치바나 다카시처럼 지적 호기심에 대한 본능이 꿈틀거리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다치바나 다카시는 인간의 지적 욕구를 실용적인 것과 순수한 것으로 나눈다. 우리 사회의 현실을 볼 때 대부분 지적 욕구가 실용적인 것에 비중이 큰 것은 그만큼 경제상황이나 세상살이가 녹록지 않은 이유가 크다. 저자의 경우라면 아무래도 우주, 뇌와 같은 과학 분야에 관심이 많은 작가인 만큼 순수한 지적호기심에 바탕을 둔 지적 행보가 어울릴법하다.


이 책은 독서에 관한 책인 동시에 서재에 관한 책이다. 비중은 크지 않지만 여느 독서 책에서 잘 다루지 않는 서재나 작업실을 다룬다는 측면에서 이채롭다고 할 만하다. 특히 저자의 서고 건물인 ‘고양이 빌딩’의 전경 사진이나 그림으로 된 구조를 접하노라면 언제쯤 저런 공간 속에서 자유롭게 글을 쓰며 살아갈 수 있을 날이 올까 하는 열망에 사로잡히게 된다. 작가가 아니더라도 누구라도 자유롭게 노닐 수 있는 혼자만의 공간을 갖는다는 것은 공통된 소원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의 초반부에 보면 독서에 대한 충고가 나오는 데 어디선가 한 번쯤 들어본 것이다. 아무리 심사숙고해서 고른 책이라도 별로 건질 것이 없는 시시한 책이라면 당장 읽기를 그만두라는 것이다. 사실 이 책이 그랬다. 책을 읽었던 시간이 야심한 시각이어서 그랬는지 유난히 집중력이 떨어진 시점에서 이 책을 읽어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이 구절을 읽는 순간마저도 이 책을 더 이상 읽을까 말까 고민했던 것이 사실이다. 더군다나 번역본의 책을 읽을 때가 내용 전달이 매끄럽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여하튼 여러 가지 이유로 더 이상 책을 읽을까 말까 망설인 끝에 결국 끝까지 읽기로 결정을 했다. 다행히 책의 중반 이후부터는 읽기가 잘했다는 생각이 들 만큼 내용이 충실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저자인 다치바나 다카시가 중학교 3학년 때 쓴 ‘나의 독서를 되돌아본다’는 글을 보면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수준의 독서를 한 이력을 통해 작가의 독서력에 찬사를 보낼 수밖에 없다. 이 글을 통해서 미처 읽지 못했던 책들을 구해 읽는다면 제대로 된 독서 목록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 책은 14년 전에 써진 책인 만큼 책을 읽다 보면 현시대에서 이해하기 쉽지 않은 내용을 접하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독서에 정통한 저작의 독서 이력을 점검해 보고, 서재를 꾸미고 활용하는 방법, 독서 방식에 대해 이해를 구한다면 보기 드문 독서 지침서라는 인식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독서법 중에 각인되는 것이 있다면 기존 독서법에 대한 고정관념을 파기하라는 것이다.


요컨대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책은 반드시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읽을 필요가 없다는 사실이다.


이 구절은 물론이려니와 책의 앞부분에서도 밝혔던 대로 ‘모처럼 구입한 책이니까 어떻게 해서든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당장 읽기를 그만둬라’고 적시한 부분을 살펴본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무조건 책을 읽을 필요도 없고, 책을 읽다 그만두는 것을 망설이지 말라는 것이다. 한 번 책을 집으면 무조건 읽어야 하고, 그것도 억지로라도 읽어야 한다는 독서 습관에 일침을 가하는 내용이 아닐 수 없다.


책을 읽다 보면 한 구절 한 구절이 모두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것처럼 느껴지는 책이 있고, 괜히 읽었다고 생각되는 책이 있고, 그나마 한두 가지라도 건질 것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느끼는 책이 있다. 이 책을 보면 맨 마지막의 경우라고 할 수 있는데 ‘고양이 빌딩’이라는 서재 공간을 통해 꿈을 그려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 것과 저자의 중학 시절 독서 목록, 책은 무작정 끝까지 읽지 않아도 되고 요약 독서만으로도 독서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사실을 재인식하게 된 것만으로도 나름 독서 생활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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