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우 / 책읽는귀족
<작가사냥>으로 만났던 작가를 다시 <우리는 어떻게 북소믈리에가 될까>로 다시 만났다. 저자가 언급한 것처럼 소믈리에는 포도주를 전문적으로 서비스하는 사람이나 직종을 가리키는 데 북소믈리에는 그런 소믈리에에 책을 결합한 신조어라고 볼 수 있다. 일종의 책을 안내해 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랄까?
독서에 관련된 책을 읽다 보면 다양한 독서법이 소개되곤 하는데 이 책도 예외는 아니다. 신토피칼 독서법, 작가페티시 독서법, 무게중심 독서법, 긍정 독서법, 독설 독서법 등이 그런 방법들인데 그리 새롭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작가마다 고유한 기법이라고 이름 지어놓은 것이기는 하지만 기존의 독서법에서 약간의 변형을 거친 것이거나 어떤 방법을 가공한 것이기에 개인적으로는 독서법이라는 것에 그리 연연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가 북소믈리에가 되기 위해 주창하는 것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의 하나가 생각의 근육을 키우라는 부분이다. ‘독서와 마음의 관계는 운동과 몸의 관계와 같다’는 스틸의 말이 이 부분의 가치를 대변해 주는데, 생각할 ‘거리’를 제공하는 독서의 가치를 다시금 일깨워준다는 느낌이다. 또한 현상 너머의 본질을 바라보지 못하는 식견으로는 아무리 많은 책을 읽어봐야 소용없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독서 습관이 베스트셀러만 지향하고, 독서권수만 채우려는 습관에서 기인한다고 말한다. 생각 없이 무조건 책만 읽으려는 습성은 버크의 ‘생각하지 않고 읽는 것은 씹지 않고 먹는 것과 같다’는 말을 통해 그 속성을 파악할 수 있다.
저자는 또 말한다. 북소믈리에가 되기 위해서는 자기만의 책장을 가져야 한다고. ‘자신의 색깔과 향기에 알맞은’ 그런 책들로 책장을 채워나가는 것이 북소믈리에가 되는 지름길이라고. 잡식 독서법은 인문서부터 ‘19금’까지 여러 가지 책을 읽되 주로 생각의 근육을 키우는 인문, 고전 위주로 책을 읽고 기타 장르의 다양한 책들도 섭렵하라는 독서법이다. 이런 독서법을 통해 독서의 고정관념에 대한 틀을 깨고 자기만의 독서 흐름을 찾으라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참고로 저자는 그런 흐름을 찾기 위해 <서양철학사>라는 책을 읽었다고 한다.
책의 중반부를 넘어가다 보면 ‘북소믈리에 추천 도서 100선’이 있다. 책과 관련된 책을 읽다 보면 이런 책의 목록은 마치 전쟁이 끝난 후에 승자가 얻게 되는 전리품처럼 느껴진다. 저자가 추천한 100권의 책은 다양한 종류의 책들로 이루어져 있다. 저자의 성향을 보자면 헤르만 헤세나 니체에게 열광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만큼 도서목록이 약간은 이들에게 편중된다는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더라도 개인적으로 여기에 소개된 책들 중에 거의 읽어보지 않은 책이 다수를 차지하는 만큼 앞으로 독서계획에 참조하면 유용한 가이드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맨 처음엔 신변잡기식의 내용에 책을 더 이상 읽을까 말까 고민했던 적도 있다. 굳이 책을 끝까지 읽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의 책을 읽은 후라 그런지 그런 생각은 강렬했다. 하지만 마음을 다잡고 책을 읽은 후에 다시 복기해 보니 꼭 그런 것만은 아니라서 끝까지 책을 읽은 것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마저 책을 읽지 않았다면 추천 도서에 대한 목록도 읽지 못하고 그냥 넘어갔을 가능성도 충분하니 좋은 정보를 놓치게 된 셈일 테니 말이다.
한 권의 책을 읽는다는 것은 그 책을 쓴 작가와 대면하는 것이다. 작가도 인간인 만큼 완벽할 순 없다. 이 책 또한 처음엔 작가가 사변적인 이야기만 늘어놓는 듯한 기분이 들어 실망한 감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책을 읽다 보니 후반부로 갈수록 그런 느낌은 사라지고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독서에 대한 정보를 얻어갈 수 있다는 생각에 꾸준히 책을 읽을 수 있게 된 것 같다. 한 권의 책을 읽고 한 가지라도 얻을 수 있다면 그건 큰 수확이다. 백해무익한 책은 없다. 설사 그런 책이라도 반면교사로서의 가치는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