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티프로 그림을 읽다

미야시타 기쿠로 / 재승출판

by 정작가


예술분야 중에서 미술처럼 그 한계가 불명확한 장르도 흔치 않을 것이다. 특히 현대미술의 특질인 추상성, 전위성은 인간 표현의 한계를 시험한다. 그런 측면에서 보았을 때 <모티프로 그림을 읽다>에서 다루고 있는 그림들을 보면 다소 위로가 된다. 왜냐하면 이 책에 수록된 그림들을 보면 대부분 우리가 일상 소재의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관념적인 소재라고 할 수 있는 ‘바니타스’ , ‘성애’, ‘자애’ 등도 있긴 하지만 말이다.


이 책의 표지를 보면 익숙한 그림이 있다. 얀 반 에이크의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이다. 부부의 초상이 그려져 있는데 결혼기념 초상화라는 설이 유력하다는 내용을 보면 아직도 그림에 대한 해석은 분분해 보인다. 다만 주변에 배치된 정물을 보고 그림을 해석하는 실마리로 삼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부부 사이에 자리한 개를 보면 어떤 상황인지 유추가 가능하다. 개는 서양에서 ‘충절’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그런 의미로 본다면 개는 ‘새로 맞이한 아내의 충절심’이라고 해석하는 작가의 견해를 이해할 수 있다. 이렇듯 그림 속에 숨겨진 모티프를 찾아내 시대 상황과 저자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다면 작품을 감상하는 재미는 더욱 배가될 것이다.


<모티프로 그림을 읽다>는 그림 속에 숨겨진 모티프를 찾아내는 재미 외에도 다양한 종류의 그림을 감상하는 즐거움으로 우리를 인도한다. 미술에서 명화를 규정하는 일은 쉽지 않다. 유명한 작품을 명화로 규정한다면 이 책에 담긴 그림들은 반드시 명화라고 할 수 없다. 물론 유명한 화가들의 작품도 많지만 우리가 흔히 봐왔던 명작들을 천편일률적으로 배치해 놓지는 않았다. 모티프를 기준으로 선정한 작품이라는 전제라고 해도 저자가 선택한 명화의 범주에 들 것이라는 예상은 가능하다.


이 책에 수록된 그림들을 보면 저자가 일본 사람이라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이를테면 다카하시 유이치의 ‘연어’는 그림이 탄생된 배경이 되는 지역의 특색을 통해 ‘신성한 음식’이라는 모티프를 구현해 내고, 요사 부손의 ‘솔개와 까마귀’는 그림이 담고 있는 에피소드를 통해 작품의 가격이 매겨진 배경을 이해할 수 있다.


‘모티프를 통한 그림 읽기’라는 다소 독특한 방식으로 접근한 이 책은 그동안 흔히 보아왔던 명화를 소개하는 책들과는 차별적이어서 신선한 느낌을 주었던 것이 사실이다. 예술은 궁극적으로 ‘낯설게 하기’를 목표로 삼는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모티프로 그림을 읽다>는 그림 감상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준 텍스트로서, 독특한 관점을 제시해 주는 명화감상입문서라고 해도 손색이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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