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종원 / 동아시아
어둔 무대에서 약간 꾸부정한 자세로 일제히 손목을 구부려 이마에 대고 있는 무희들을 보면 이 공연이 뮤지컬 <시카고>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책 표지 사진을 보고서 단번에 뮤지컬의 제목을 알아맞힐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뮤지컬에 관심이 커졌다는 것이다.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그렇게 ‘심봤다’는 심정으로 고른 책이 바로 <원종원의 올 댓 뮤지컬>이다.
화려한 칼라도판으로 수 십 편의 뮤지컬이 소개되어 있으니 말 그대로 보물이 따로 없다. 물론 12년 전에 출간된 책이기는 하지만 뮤지컬의 특성상 반드시 최신 작품이 명작이라고는 할 수 없으니 여기에 소개된 작품들만 대략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공연 예술로서 뮤지컬을 이해하는 데는 큰 무리가 없을 것이다.
<원종원의 올 댓 뮤지컬>은 도판을 감안한다손 치더라도 제법 두툼한 책이라 단시간에 읽기는 쉽지 않다. 다행인 것은 뮤지컬을 소개하는 형식이라 굳이 한 번에 완독 할 필요는 없고, 시간 날 때마다 몇 작품씩 읽어도 좋을 만큼 구성되어 있는 것이 장점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이 책을 읽는데 몇 주 정도 소요된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다.
이 책에서 소개된 뮤지컬들은 - 저자가 여는 글에서도 밝혔던 것처럼 - 1990년대 이후부터 서구사회에서 인기를 모았던 작품들을 선정하여 비교적 최신 동향을 알아볼 수 있도록 배치해 놓았다. 이 책에 소개된 뮤지컬 중에서 실제로 본 공연은 몇 개 안 된다. 수 십 편의 뮤지컬 중에서 본 작품이 <캣츠>, <시카고>, <노트르담 드 파리>, <빌리 엘리어트> 정도라면 아직 갈 길은 먼 것 같다. 그래도 뮤지컬 칼럼니스트인 저자가 엄선한 작품들 중에서 몇 개라도 이름을 올렸다는 건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 소개된 작품들은 대부분 낯설지만 개중에는 다양한 정보를 통해 간접적으로 알고 있던 뮤지컬도 있긴 하다. <레 미제라블>, <오페라의 유령>, <미스 사이공>,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맘마미아>, <스타라이트 익스프레스> 등이 바로 그런 작품들인데 꼭 한 번 보고 싶은 뮤지컬이라고 할 수 있다.
뮤지컬에 대한 소개는 독자를 배려한 흔적이 역력하다. 초연 일자부터 연출, 작사, 작곡, 안무, 의상, 무대, 조명, 수상, 대표곡까지 상세히 기술되어 있다. 저자가 뮤지컬을 관람하게 된 사연에서부터 해당 뮤지컬이 가지는 고유한 의미와 어우러진 예술적인 감각이 돋보이는 공연 사진들은 마치 공연을 접한 듯한 착각이 들게 할 만큼 현장성을 느끼게 한다. 모르긴 몰라도 이 책에 수록된 뮤지컬만 제대로 보더라도 웬만한 서구의 뮤지컬들은 대략 섭렵하는 격이 될 것이다.
<원종원의 올 댓 뮤지컬>은 일종의 뮤지컬 목록집이라고 할 수 있다. 세상에 소개된 수많은 뮤지컬 중에서 저자의 안목을 통해 선정된 작품들인 만큼 개인의 취향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앞으로 뮤지컬을 감상하는데 참고자료로 활용한다면 그 가치는 배가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