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철순, 김순덕, 오병상, 오태진, 박수련 / 이화여자대학교출판부
요즘 들어 신문을 읽는 재미가 남다르다. 늘 스마트폰을 통해 인터넷 기사의 가십거리만 읽다가 종이 신문에 실린 칼럼이나 사설을 읽다 보니 색다른 맛이다. 물론 인터넷에도 사설이나 칼럼은 있겠지만 막상 찾아들어가기는 쉽지 않다. 해서 자극적인 소재의 뉴스나 사건, 사고에 대한 기사나 연예 관련 기사를 읽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마음먹고 시간을 내서 신문을 읽어보니 인터넷에서는 미처 느끼지 못했던 것을 경험한 느낌이다.
<내가 지키는 글쓰기 원칙>은 신문 기사를 쓰는 기자들이 갖고 있는 글쓰기 원칙을 소개한 책이다. 서문에서 이재경 교수가 인용한 핼버스탐의 말을 인용한 대목이 인상적이다. 논픽션과 신문을 읽고 그들이 직접 쓴 글을 해체하는 작업을 하라는 충고는 글쓰기의 수준을 한층 높일 수 있는 방법으로 유익한 접근이라 할 수 있겠다.
아무래도 현실적인 문제들과 맞닥뜨리는 글을 쓰다 보니 기자들의 글쓰기는 생동감이 있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는 몰라도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글쓰기 원칙’은 다소 거칠고 현장성이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그것은 아마도 픽션에서 느끼기 힘든 진실성에 기반하고 있는 글쓰기 속성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가령 ‘왜’라는 질문을 중심에 두고 하는 글쓰기라든지 취재력에 바탕을 둔 글쓰기라는 것은 그저 막연히 글을 쓰는 대신에 구체적인 핵심요소를 선정한다든지, 생생하게 살아있는 소재들을 다룬다는 측면에서는 자료조사를 통한 글쓰기의 중요성을 한층 강조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글을 쓰면서 화려한 미사여구보다는 내용의 중요성에 천착하기 시작한 지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랬던 이유는 아무리 표현력이 뛰어난 글이라고 할지라도 정작 핵심적인 내용이 드러나지 않는 글이라면 김이 보이지 않는 누드김밥처럼 글의 정체성을 찾아가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글의 종류는 여러 가지가 있다. 일기나 감상문처럼 자유롭게 쓰는 글이 있는 반면 시나 소설처럼 절제된 형식과 규칙이 반드시 필요한 글도 있다. 개인적으로 아직은 시나 소설처럼 예술적인 글을 쓰기에는 역량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생활과 관련된 글에 한층 가까운 사건 기사나 칼럼 등을 통해 글 쓰는 습관을 들인다면 내용의 부재에서 오는 허무함은 느끼지 않아도 될 것이다. 더군다나 예술적인 글쓰기의 부담감에서도 벗어날 수 있으니 글을 쓰는 일이 고역이 아닌 일상의 한 부분으로 정착될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 일도 없을 것 같다.
이 책은 현직 언론사를 대표하는 기자들의 글쓰기 원칙을 생생한 육성으로 들을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현장에서 경험한 글쓰기와 관련된 노하우를 공유한다는 생각으로 접근한다면 <내가 지키는 글쓰기 원칙>은 색다른 글쓰기의 세계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삼기에 좋은 텍스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