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권우 / 한겨레출판사
글을 쓰기 위해서는 책 읽기가 선행되어야 한다. 책 읽기는 글쓰기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마치 바늘과 실처럼. 책을 읽는다면 무엇을 읽어야 할 것인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고민에 <책읽기부터 시작하는 글쓰기 수업>은 친절한 안내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에서부터 고전에서 배우는 책 읽기 기술, 글쓰기가 쉬워지는 효과적인 독서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책 속에 길이 있다’는 말은 아주 오랫동안 독서에 대한 효용성을 간명하게 드러내주는 대표적인 표현으로 자리 잡았다. 어쩌면 진부하다고 여길 수 있는 말이지만 그런 염려에도 불구하고 이 표현은 독서의 의미를 가장 적확하게 대변해 준다고 해도 전혀 어색함이 없다. 그만큼 책 속에서는 인생의 다양한 골칫거리나 문제들에 대한 답을 해결해 줄 수 있는 마법의 묘약들이 즐비하다. 특히 상상력을 키우기 위한 방편으로서 독서는 효과만점이다. 직접 경험으로 대체할 수 없는 많은 간접 경험들을 독서를 통해 우려낼 수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책들 가운데서도 고전은 그 유명세만큼이나 가장 읽기 힘든 분야의 책으로 자리 잡은 것이 현실이다. 그것은 막상 운동이 몸에 좋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막상 습관으로 자리매김하기 어려운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럼에도 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저자가 주창한 대로 질문하는 법을 배우는 최고의 방법으로 고전 읽기만 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공자, 율곡, 다산의 독서법을 소개하며 고전에서 배우는 책 읽기 기술을 전수해 준다. 특히 평생 학습의 시대에 예기 중 한 편인 <학기>가 주는 의미는 다시금 독서와 공부의 가치를 북돋아주는 역할을 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고 나서 3장, 글쓰기가 쉬워지는 효과적인 독서법에 이르게 되면 풍요로운 삶의 독서, 만화책과 사전을 활용한 독서법을 통해 한결 쉽게 글쓰기에 접근할 수 있다. 판타지 문학에 대한 관심을 갖고 함께 읽고 토론하는 독서 습관에 대해서도 귀를 기울인다면 독서에 대한 개략적인 이해는 만족스러운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책 읽기부터 시작하는 글쓰기 수업>의 백미는 뭐라 해도 독후감과 서평으로 향하는 종착지에 있다. 책을 읽고 단순히 감상을 쓰는 독후감과 달리 서평은 전문적인 식견과 통찰이 중요하다. 그만큼 쓸 수 있는 경지에 이른다는 것이 쉽지는 않다. 나 또한 아직도 리뷰에 만족할 수밖에 없는 것은 서평을 쓴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글쓰기를 위해 제시한 것은 단락 중심의 글쓰기와 유형별 글쓰기다. 유형별 글쓰기는 목록작성형 글쓰기, 에피소드형 글쓰기, 비교형 글쓰기로 나눌 수 있는데 제시된 예문을 통해 직접 실습을 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글을 잘 쓰기 위한 방법으로 흔히들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하라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이 세 가지 방법 중에서 읽기와 쓰기에 대해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무조건 많이 쓰는 것도 좋겠지만 사전에 책을 많이 읽고 쓰는 습관에 길들여진다면 시너지 효과는 배가 될 것이다. 책의 중간쯤 보면 ‘스티븐 킹에게 듣는 글쓰기 비법’이라는 제목으로 인터뷰 내용이 수록되어 있으니 참조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도서리뷰를 자주 쓰면서도 매번 쓸 때마다 어려움을 토로할 수밖에 없는데 그보다 진일보된 서평을 쓴다는 것은 과연 어떤 느낌일까? 도서리뷰가 그저 책에 대해 소개하는 정도로 끝나는 것이라면 서평은 박학다식한 지식과 논리적 이해를 바탕으로 책에 대해 비평하는 작업인 만큼 당연히 난이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궁극적으로는 서평을 쓰게 될 날이 오려는지 짐작하기도 힘들지만 아무튼 이 한 권의 책을 계기로 언젠가 꼭 한 편 서평을 쓰게 될 날을 고대해 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글쓰기에 앞서 독서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지극히 당연하고도 곱씹을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된 것은 행운이라고 해야 할까? 한 번 읽은 것으로는 감이 오지 않으니 시간이 된다면 다시 한번 차근차근 읽어보고 그 의미를 다시 새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