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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글쓰는 책

글쓰기 지우고 줄이고 바꿔라

장순옥 / 북로드

by 정작가

지줄바 하면 아이스크림이 연상된다. 이 말은 지우고 줄이고 바꾸라고 하는 저자의 핵심적인 작문 비법의 줄임말이다. 그러면 저자가 주창한 대로 이것만 잘하면 글을 잘 쓸 수 있을까? 적어도 글이 어색하지는 않을 것 같다. 비록 명문의 글을 쓰지 못한다고 할지라도 누구라도 읽어서 편안해 질 수 있는 글. 지줄바는 그런 글을 만들기 위해 늘 고심해야 하는 글쟁이들의 강력한 무기가 될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글쓰기에 대한 나쁜 습관을 고치기 위해 기획된 책이다. 그러다 보니 읽는데 큰 재미는 없었다. 틀린 부분을 지우고 고치는 일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누구나 일필휘지로 글쓰기를 소망하지만 이것이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이 수정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런 작업은 습관이 되지 않으면 실행하기가 쉽지 않다. 저자가 오죽하면 ‘지줄바’라는 신조어(?)를 동원해 글쓰는 습관을 교정해 주려는 노력을 할까 짐작이 간다.


<글쓰기 지우고 줄이고 바꿔라>에서 강조하는 것은 ‘줄이다’가 아닐까 싶다. 지우고 바꾸는 작업이 어쩌면 줄이다 일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문체는 간결체가 마치 유행처럼 번져가고 있다. 간결하지 않으면 마치 글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만큼 간결체는 시대 상황을 반영한다. 독자들의 기호가 기다림을 선호하지 않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는 몰라도 이 책에서 강조하는 부분인 줄임의 미학은 나름 설득력이 있다. 무수히 많은 예문을 통해서 살펴본 바대로 중언부언하는 글들은 긴장감이 없다. 만연체는 만연체대로 의미가 있겠지만 간결한 문체는 독자로 하여금 신선한 느낌을 가져다준다. 간결체가 마치 수산시장에서 펄떡펄떡 뛰고 있는 활어라면 만연체는 좌판에 숨죽인 생선을 연상시킨다.


이 책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책의 뒷부분에 있는 실전연습이 있는 대목이다. 50쪽에 가까운 실전 편에서는 실제 주어진 문구들을 가지고 수정해 보는 과정이 있다. 대부분 정확히 수정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싱크로율이 거의 90퍼센트를 넘어가면 나름 희열을 느낄 수 있다. 글쓰기라는 것이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저자와 일치된 견해를 가지고 결과를 확인할 때는 짜릿한 느낌마저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마치 게임을 즐기듯 여유 있게 시간을 가지고 임하다 보면 색다른 재미가 있을 것이다. 물론 생각에 따라서는 지루한 측면도 없지는 않다. 그렇더라도 이런 과정을 통해 꾸준히 글을 수정하는 습관을 들인다면 일필휘지의 환상에서 벗어나 퇴고하는 기쁨에 사로잡힐 수도 있을 것이다.


지줄바는 저자가 표현한대로 ‘쉽고 빠르게 문장력을 키워주는 세 가지 원리’라고 할 수 있다. 저자의 독창적인 비법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겠지만 글쓰기의 보편적인 원리를 알기 쉽게 도출한 저자의 창의적 발상은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 쉽게 각인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 이 책을 퇴고의 교재로 활용한다면 글을 쓰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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