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유 / 머멘토
한 번에 책을 읽는 편인데 이 책은 다 읽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일부러 그렇게 읽으려고 했던 것은 아니지만 매일 몇 장씩 읽어도 읽을 때마다 느낌이 좋았다. 글쓰기에 관한 책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글이 맛깔스럽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감동이 흘러넘친다.
<글쓰기의 최전선>은 글쓰기 책 중에서는 드물게 인터넷서점을 통해 구매한 책이다. 주로 시내 서점을 직접 방문하여 책장을 넘겨보고 책을 고르는 습성이 있는데 이 책은 온라인 서점에서 고르면서도 느낌이 좋았다. 아니나 다를까? 막상 읽어보니 기대 이상이다. 딱히 국문학과나 문예창작학과를 나오지 않았던 작가의 이력도 다시금 놀랠 노자를 떠올리게 한다. 글쓰기를 주제로 엮은 책이지만 어떤 이론에 구애됨 없이 글 자체로서 글쓰기의 전범(典範)을 보여준다.
효용성의 측면에서 보면 이 책은 글쓰기에 대한 이론적인 실체에 접근하기보다 인간의 정서에 호소한다. 학인들과의 수업에서 느꼈던 다양한 경험을 토대로 삶을 이야기한다. 삶을 다루다 보니 공감 지수도 커진다. 공감은 감동으로 이어진다. 이 책이 따뜻한 이유는 이렇듯 감동의 글쓰기를 구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쓰기의 최전선>이라는 제목은 마치 글쓰기를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사람들의 처절한 분투기를 연상케 한다. ‘왜라고 묻고 느낌이 쓰게 하라’는 부제처럼 이성과 감성의 적절한 조화 속에서 글쓰기에 접근할 것을 주문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조건 글을 써야 한다는 압박감에 쥐어짜듯 글을 써야 하는 것이 아니라 이성적인 판단과 정제된 감정의 표현수단으로써 글쓰기의 가치를 역설(力說)하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감동적이었던 부분은 6장, 부록이다. 5장인 르포와 인터뷰 기사 쓰기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는 세 편의 글은 글쓰기의 의미를 다시금 깨닫게 만든다. 노동 르포 ‘효주 씨의 밤일’에서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겪었던 경험을 르포 형식으로 현장감 있게 표현해 낸 수작(秀作)이라고 할 수 있다. 인터뷰 기사의 형식으로 쓴 두 편의 글은 잊혀 가는 가족의 가치를 재조명한 작품이다. 마음 한 구석에 품고 있었던 가장 가깝지만 먼 존재였던 가족의 의미를 새삼 되새기게 만드는데 큰 역할을 했다. 참고도서로 제시해 놓은 ‘글쓰기 수업 시간에 읽은 책들’ 목록은 그 자체로서 참고교재로 활용해도 손색이 없는 책들이다. 개인적으로는 대부분 읽어보지 않은 책들이라 글쓰기 수업에 적극 활용할 생각이다.
한 권의 책을 읽으면서 감동과 교훈을 주는 책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이 책은 글쓰기 수업을 염두에 두고 고른 책이다. 하지만 이론적인 수사와 글쓰기의 작법을 익히는 것 이상으로 글쓰기가 주는 감동과 교훈에 매료되었던 책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