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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글쓰는 책

작가처럼 써라

정제원 / 인물과 사상사

by 정작가

이 세상에 작가들은 많다. 수많은 작가들이 있겠지만 그 많은 작가들 중에서 가장 내 마음에 드는 작가는 누구일까 선별하는 것도 그리 쉬운 작업은 아닐 것이다. 우선 얼마나 많은 작가를 알 수 있느냐 하는 것도 문제일 테고, 설사 그렇게 많은 작가들을 안다고 해도 그들이 쓴 주옥같은 작품을 발췌하여 내 것으로 삼으려면 얼마나 공을 들여야 할지도 짐작하기조차 어렵다. 하지만 그런 수고를 줄이고 진액만 얻을 수 있다면 그처럼 효율적인 방법도 없을 것이다. 물론 그런 과정을 통해 공부를 한다면 얻을 것이 많겠지만 수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되고, 그런 과정 속에서 얻을 수 있는 결실이 역량에 비례한다고 하면 차라리 그런 방법을 알려주는 책을 한 권 읽는 것이 어떨까? <작가처럼 써라>는 그런 바람을 충족시키기 위한 탄생한 책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책의 뒤표지 상단에 언급된 수많은 작가들의 이름을 접하는 것만으로도 이 책이 담고 있는 콘텐츠의 질을 대략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일반적으로 글쓰기 책을 보면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을까 하고 저자의 생각을 피력한 방식으로 서술한 책이 많다. 이 책도 그런 범주를 벗어나지는 않지만 특색이 있다면 그런 자신의 생각을 작가의 작품에서 인용하여 체계적으로 정리해 놓았다는 점이 다르다. 책이 그렇게 두꺼운 편은 아니지만 그런 저자의 수고로운 작업 내용을 감안할 때 이 책은 알토란 같은 책이라고 해도 표현이 부족할 지경이다. 저자가 언급한 것처럼 ‘내로라하는 유명 작가들의 수백 권의 책을 뒤지며 좋은 예문을 찾는 일이 가장 중요했고, 힘들었다’고 소회를 밝히는 것을 보면 이 한 권의 책이 나오기까지 얼마나 열의를 가지고 수많은 낮과 밤들을 흘려보냈는지 미루어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표지그림인 에곤 실레의 ‘검은 질그릇이 있는 자화상’이라는 작품을 보면 다소 마른 인물이 보인다. 이 인물을 보면 저자의 노력이 연상될 만큼 핍진한 인상이 예사롭지 않다. 그만큼 이 책은 각고의 노력 끝에 빚어낸 진주와도 같은 느낌이 드는 책이다.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은 글쓰기 책이라는 정체성을 훼손시키지 않으면서도 그 범위를 한정하여 단락 쓰기에 중점을 두고 서술하였다는 점이다. 한 단락이 모여 장문의 글을 이루는 것처럼 그런 단락 중심의 글쓰기는 많은 분량의 책 쓰기를 위한 전초작업으로서도 의미를 둘 수 있다. 성공한 단락이 모여 한 권의 책을 직조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작가처럼 써라>는 처음, 중간, 마무리 글쓰기에 대해 각각 장으로 다루고 있다. 그러므로 이 한 권의 텍스트만으로도 한 편의 글을 시작단계에서 마무리까지 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르는데 적합한 구성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책의 제목처럼 작가처럼 글을 자연스럽게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그런 단계에 이르기까지는 무수한 독서와 습작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런 과정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다독, 다작, 다상량을 말하는 것도 꾸준히 행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일깨워주기 위함일지 모른다. 여하튼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많이 써보고 읽는 수밖에 없다. 그러려면 제대로 된 텍스트를 선택해야 하는데 이 책이 그런 길라잡이의 역할을 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책에서 언급된 수많은 인용문들 때문이다. 저자가 심혈을 기울여 택한 작가들의 작품을 다시 선별하는 과정을 거쳐 자기주장에 맞는 글들을 선택하기까지 이중고를 겪어야 했을 것이다. 그런 과정을 거쳐 탄생한 한 편의 진주와 같은 책이니만큼 글이나 책을 쓸 때 참고의 교재로 삼는다면 비빌 언덕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처럼 글을 쓸 때의 막연함은 대폭 줄어들 것이다. 책 마지막 부분에 수록된 작가와 작품을 찾아보고 새로운 예제를 발굴해 내는 것 또한 글쓰기를 위한 방편으로서 독특한 경험으로 자리하게 될 것이다. 저자가 언급한 것처럼 훌륭한 작가가 되기 전에 ‘훌륭한 작가들의 글을 직접 확인하는 것만 한 글쓰기 방법이 어디 있겠는가?’하는 구절을 재삼 음미해 볼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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