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글쓰기

강원국 / 메디치미디어

by 정작가


여태까지 저자의 책은 이 책을 비롯하여 두 권을 읽었다. 두 권 모두 결코 분량이 적지 않다. 분량이 많다고 해서 꼭 좋은 것은 아니지만 내용 자체가 모두 알짜배기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이 책은 그만큼 저자가 심혈을 기울여 출간한 흔적이 역력하다. 특히 <대통령의 글쓰기>는 저자의 대표작으로서 글쓰기의 전범을 보여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일반인들은 쉽게 범접하기 어려운 대통령 연설문에 관한 내용을 주로 다루고 있지만 보편적인 글쓰기 교재로써도 전혀 부족함이 없다.


<대통령의 글쓰기>는 저자인 강원국 교수의 글쓰기 책 시리즈인 <회장님의 글쓰기>, <강원국의 글쓰기>와 함께 널리 회자되고 있는 책이다. <대통령의 글쓰기>는 전직 대통령 두 명을 보필했던 저자의 이력과 무관하지 않다. 저자는 청와대 연설비서관으로 재직하면서 사람을 움직이는 글쓰기의 노하우를 배웠고, 이를 책 속에 아낌없이 풀어냈다.


이 책의 저자인 강원국 교수는 글쓰기와 관련된 전공자가 아니다. 하지만 대우그룹 김우중 전 회장과 효성그룹 조석래 회장이 전경련 회장이던 시절 스피치라이터로 일했던 경력이 있다. 또한 故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의 연설 비서관으로 일했다. 그러니 20여 년 동안 주로 글 쓰는 일로 밥을 먹고살았다고 자신을 소개한다고 해도 어색할 것이 없다. 이런 이력을 십분 살려 글쓰기 시리즈를 출간할 수 있었던 것이다. 어찌 보면 글쓰기 교본에 목말랐던 많은 이들에게 한줄기 빛과 같은 존재일 수밖에 없다. 개인적으로 블로그의 서로이웃이기도 하다. 실제로 강연을 들어본 적도 있을 만큼 그렇게 낯설지 않다.


청와대에서 연설비서관으로 대통령을 보좌한 경험은 책의 곳곳에서 묻어난다. 대통령들과의 일화는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글쓰기 관련 서적의 딱딱함을 상쇄하고도 남음이 있다. 중간중간에 이야기로 따로 할애한 대목을 가볍게 읽어 넘긴다면 책의 분량에서 오는 압박감에서 벗어나 즐기듯이 책을 탐독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차례를 보면 이 책이 대통령의 수기인지 자서전인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온통 관련 에피소드로 가득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히 글쓰기를 위해 제목을 배치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실제로 각 장의 부제목을 보면 일화와 버무려 쓴 이야기는 오로지 글쓰기를 알려주기 위한 과정이었음이 드러난다.


첫 장을 보면, 비서실로 내려온 ‘폭탄’이라는 제하에 글쓰기가 두려운 이유에 대해 기술한 부분이 있다. 이 부분의 일부를 소개해 보면 글쓰기의 두려움에 그리 천착할 필요가 없다는 저자의 주장에 수긍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생긴다.


글의 감동은 기교에서 나오지 않는다. 애초부터 글쟁이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다. 쓰고 싶은 내용에 진심을 담아 쓰면 된다. 맞춤법만 맞게 쓸 수 있거든 거침없이 써 내려가자. 우리는 시인도, 소설가도 아니지 않은가.


이렇듯 글쓰기가 두려운 이유를 벗어나 직접 글을 써보면 저자가 이끄는 글쓰기의 여정에 동참할 수 있다. 2장인 ‘관저 식탁에서의 두 시간 강의’에 나오는 노무현 대통령의 글쓰기에 관한 지침 부분을 보면 글쓰기의 모범으로 삼을 만한 내용이 많다. 어쩌면 이 책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어지는, 생각의 숙성시간을 가져야 하는 이유, 독자와 교감하는 법, 집중과 몰입의 힘, 글쓰기의 원천이 되는 독서의 중요성, 메모의 가치, 자료의 중요성 등 저자의 금과옥조와 같은 글쓰기 관련 지침들을 보면 그런 여정이 한결 수월해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저자 강원국의 힘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이 놀라운 것은 글쓰기의 기역, 니은부터 차례대로 글쓰기의 기본에 대해 상세히 다룬다는 점이다. 특히 글의 구조를 만드는 법, 첫머리 시작 방법 16가지, 서술하기, 맺음말 쓰기, 시작보다 중요한 퇴고라는 부제가 있는 장을 보면 그 진가를 확인할 수 있다. 이 대목을 보면, 비단 연설문뿐만 아니라 어떤 종류의 글을 쓰더라도 쉽게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어 글쓰기 초보자들에게는 그야말로 행운의 열쇠를 얻은 기분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다양한 예문은 현장감이 살아있어 실제로 글의 맛이 어떤 것인지 가늠할 수 있을 정도로 생생한 느낌을 준다.


책의 전반부가 주로 글쓰기에 대한 방법론적인 접근이었다면 후반부로 갈수록 글쓰기의 기교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룬다. 저자의 말처럼 글의 감동은 기교에서 나오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글쓰기의 부수적인 팁을 알아둔다면 좀 더 효과적인 방식으로 글쓰기를 향해 갈 수 있는 길이 열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글은 메시지다. 쉽게 쓰자. 명료하게 써라. 진정성으로 승부하라. 잘 듣고 많이 말하라. 이미지를 생각하라. 타이밍을 잡아라. 자기만의 글을 쓰자.


저자가 제시한 이런 방법을 글쓰기에 적용하는 것만으로도 글은 더욱 풍성해질 수 있다.


이 책의 저자는 대통령을 수행하고 보필하는 특수한 상황 속에서 쓴 글을 통해 그만큼 글쓰기의 처절함을 경험한 사람이다. 그러기에 그가 말하는 글쓰기 방식은 여느 작가의 그것과 확연하게 다를 수밖에 없다. 그래도 책 속에서 발견하게 되는 글쓰기의 기본기는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만큼 탄탄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한마디로 이 책을 읽다 보면 글쓰기의 힘이 느껴진다. 그만큼 관록이 묻어있는 저자의 경험과 경륜이 뒷받침된 결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고로 이 책을 글쓰기의 기본서로 삼는다면 그 어떤 상황에서도 글을 쓰는데 큰 어려움은 없으리라고 본다. 책은 두 번 이상 읽을 만한 가치가 있을 때 보유하는 것이 좋다. 이 책이 그런 책이다. 글쓰기의 기본기가 다져질 때까지 책상머리에 놔두고 몇 번이고 다시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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