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공부하는 이유

사이토 다카시 / 걷는나무

by 정작가


공부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지만 인생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공부라고 하면 진리를 탐구하기 위한 것이 본연의 가치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세상이 워낙 각박해지다 보니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수단으로 공부를 택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이라 할지라도 공부에 대한 본연의 가치를 인식하고 진정한 공부가 무엇인지 고심해 본다면 나름의 해법을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공부는 어쩌면 이상향과도 같은 것이었다. 형편을 핑계로 공부를 포기한 지는 오래되었지만 그만큼 그에 대한 열망은 강하게 불타올랐었던 것이 사실이다. 세월이 흘러 다시금 공부에 대한 가치에 눈뜨게 되고, <내가 공부하는 이유>를 읽게 되면서 다시금 인생의 목표를 새로 설정할 이유가 생겼다. 그저 취업을 위한 공부, 입신양명의 기치를 건 공부가 아닌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것을 하기 위한 공부, 내가 좋아하는 것을 탐구하기 위한 공부는 때가 따로 없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 용기를 가지게 된 이유이다.


책의 뒤표지를 보면 다음과 같은 문구가 나온다.


“그 어떤 순간에도 후회 없는 삶을 사는 유일한 방법은 오직 공부뿐이다.”


이 말을 그저 지나칠 수 없는 이유는 말 그대로를 공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회생활을 하고, 일을 하면서도 늘 마음 한 구석이 허전했던 적이 많았다. 거창하게 자아실현까지는 아니더라도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아갈 수 있는 상황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현실을 보면 이런 바람 또한 사치라고 할 만하다. 이런 상황에서 기댈 수 있는 것도 마뜩잖다. 그래서 눈을 돌린 것이 공부다. 비록 학위를 따기 위한 공부도 아니고, 목표가 명확하지 않은 공부에 대해 시간을 투입하고, 인생을 걸 필요가 있을까 하는 회의가 든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인생을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은 공부 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런 이유로 고심 끝에 고른 책이 바로 <내가 공부하는 이유>다.


시중에 출간된 공부에 관한 책들은 많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공부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다. 그중에서도 <내가 공부하는 이유>를 택했던 것은 그리 많은 분량은 아니지만 공부에 대해 올바른 길을 제시해 줄 것 같은 느낌 때문이었다. 느낌은 적중했다. 읽고 보니 공부의 고전이라고 할 수 있는 앙토냉 질베르 세르티양주의 <공부하는 삶>에 버금가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적은 분량의 책이 그토록 가슴에 메아리친 이유는 무엇 때문이었을까?


이 책을 알려면 우선 저자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 저자는 사이토 다카시라는 사람이다. 책에서는 일본 메이지대 괴짜 교수로 소개하고 있지만 많이 들어본 이름은 아니다. 물론 책날개에 저자에 대해 소개한 부분을 보면 이 책의 저자가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문학, 역사, 철학, 교육심리학, 글쓰기, 처세술까지 다양한 장르를 섭렵한 대가라는 사실을 적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력은 저자의 가치를 검증하는 통로이기도 하지만 생소한 독자에겐 알 권리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유익하다.


이 책의 저자인 사이토 다카시 교수는 공부에 대한 담론을 자연스러운 필치로 드러낸다. 쓸모없는 공부란 없다는 지론, 공부를 통해 삶을 배워가는 기회로 삼는 지혜, 무엇을 어떻게 배우고 공부할 것인가 하는 의문에도 속 시원히 답해준다. 그런 공부에 대한 담론은 ‘사이토식 공부법’이라는 결정체로 열매를 맺는다. 독서, 고전, 질문, 기록 등 다양한 접근 방식을 통해 공부에 대한 재미를 느끼고, 이를 토대로 ‘세상을 모든 것을 배워라’는 공부의 보편적인 규범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그가 주창하는 가치는 추종할 만하다.


<내가 공부하는 이유>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공자와 소크라테스의 공부에 대해 언급한 부분이다. ‘배움 그 자체를 즐겨라’고 하는 공자의 공부법은 동양 사상에 뿌리를 둔다. 공부하는 즐거움으로 《논어》를 언급한 것은 그만큼 공부에 대한 고전으로서 《논어》만 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세상을 주유하면서 공부에 대한 가치를 설파한 공자의 사상을 간추려 집대성한 책이니 만큼 몇 번이라도 이 고전을 읽어볼 이유는 충분하다. 특히 《논어》에 대해 언급하면서 공자가 제자들에게 가르쳐준 세 가지 공부원칙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준다.


- 스스로 공부하라

- 정답을 찾으려 하지 말고 자신만의 답을 찾아라

- 모르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마라


이런 원칙을 숙지하고 지킨다는 자세만 가지고 공부하더라도 남다른 깨달음을 얻기는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이런 정적인 공부 방식과는 대비되는 공부 방식을 제안한 철학자가 바로 소크라테스다. 공자가 동양의 사상을 대표하는 인물이라면 소크라테스는 서양을 대표하는 성철(聖哲)이라고 해도 틀린 표현은 아닐 것이다. 사유와 토론을 통한 소크라테스식 공부법은 서양 사상의 원류를 짐작케 하는, 서양인들의 인식의 근원을 유추할 수 있는 공부법이다. 이런 공부에 대한 정보는 <공부하는 인간>이라는 책을 통해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기회로 삼으면 좋을 것이다.


<내가 공부하는 이유>는 <공부하는 삶>에서 피력한 것처럼 세속적인 가치에 주안점을 두고 성공이나 출세,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한 공부의 엇나간 행태를 추종하지 않는다. 서두에서 밝힌 것처럼 진리를 탐구하고, 인간에 대한 가치와 사상을 연구하는 등 본연의 목적에 의미를 두고 하는 공부에 대해 다룬다. 이런 공부에는 끝이 있을 수 없다. 평생 교육이라는 프레임에 갇히지 않더라도 인간이 부족함을 인식하고 끊임없이 배우고자 하는 데는 다른 이유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렇듯 <내가 공부하는 이유>는 공부에 대한 포괄적인 담론을 제시하는 것은 물론 인간적인 가치를 지니고 살아갈 수 있는 성숙한 인간을 키워낸다는 공부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교재로써도 바람직한 텍스트가 아닐 수 없다. 공부를 한 때의 수단으로 여기지 않고 평생 공부로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 자세가 되어 있다면 이 책은 그런 마음을 한층 더 견고하게 하는 데 도움을 줄 만한 책임에는 틀림없다. <내가 공부하는 이유>가 공부의 즐거움을 한층 더 고양시키고, 평생을 공부하는 삶으로 꾸려가려는 사람들에게 신선한 자극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매거진의 이전글공부하는 인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