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해성 감독(2004) / 대한민국, 일본
인간의 의지는 무엇으로 인해 단련되는가? 과연 인간의 욕망의 끝은 어디까지 인가? <역도산>을 보면서 줄기차게 떠오른 의문이다. 영화의 주인공 역도산은 프로레슬링의 전설적인 신화를 창조한 일본의 영웅이다. 그가 세계를 제패하면서도 허무하게 몰락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그것은 역도산이 가지고 있는 정체성에 기인한다.
일본인들이 말하는 소위 조센징으로 그는 일본땅을 밟는다. 스모는 그가 이루고자 하는 꿈이자 희망이다. 하지만 그런 꿈은 결코 현실에서 용납되지 않는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이런 방해물이 삶의 곳곳에서 길을 차단하는 경험을 한다. 그렇다면 이런 방해물은 과연 어떤 식으로 제거될 수 있을까? 역도산은 정면 돌파보다는 우회로를 택했다. 왜냐하면 정면 돌파로서는 결코 승산이 나지 않는 싸움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비록 비겁할지언정 꿈을 향해 가는 길엔 도움이 된다. 그 우회로는 바로 든든한 배경이다. 이 영화에서 등장하는 회장은 역도산을 후원하는 인물인 동시에 역도산을 정신적으로 지배하는 사람이다. 그렇기에 역도산이 아무리 세계대회에서 제패를 하고, 일본인의 영웅으로 추앙받는다고 할지라도 결코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는 태생적인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역도산은 자신의 한계를 깨닫지 못했다. 그러기에 회장의 주문대로 패배할 수 없었고, 결국 회장과의 관계는 단절이 된 것이다.
조센징이라 함부로 웃는 것조차 힘들었던 시대 상황에서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처절한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하고, 이를 발판으로 세상과의 싸움에서 승리하는 것이었다. 역도산은 그의 바람대로 모든 것을 이루었다. 세계프로레슬링대회의 영웅이 되어 금의환향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런 역도산이 추락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진정한 자기만의 승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최배달이 맨손으로 일본 무도계를 제패한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우리는 여기서 역도산이 처음으로 일본 스모계에 발을 들여놓은 장면에 주목해야 한다. 그는 진정한 웃음을 위해 웃음을 참아야 하는 현실을 목도했다. 진정한 웃음을 찾기 위해 그는 이를 악물고 싸울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태생적인 한계를 벗어나려는 몸부림이자 혈혈단신으로 일본이라는 나라에서 버텨낼 수밖에 없는 운명에 대한 자각이었다.
이는 일본이 처한 당시의 현실과도 일맥상통한다. 전후 패전의 아픔 속에서 기가 죽을 수밖에 없었던 일본이 역도산을 통해 잠시나마 미국을 굴복시켰다는 기쁨에 고무된 것도 사실은 진정한 승리가 아님을 알기에 더욱 씁쓸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는 역도산이 승리를 했지만 결국은 패배한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고, 일본이 비록 역도산을 내세워 승리를 했지만 패전의 기억을 지울 수 없는 이유와 같다. 결국 진정한 승리는 자기만의 온전한 승리여야 한다는 것이 이 영화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