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 웅진지식하우스
유시민은 방송인, 정당인, 국회의원, 장관 등 다양한 이력의 소유자다. 그 많은 직함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유일하게 놓지 않은 것이 있으니 바로 글쓰기와 독서다. 사실 위에서 언급한 직함보다는 칼럼니스트라는 것이 가장 어울리는 직함이기도 하다. <유시민의 경제학 카페>를 통해 처음 글로 대면한 이후, 두 번째로 그의 저작을 읽게 된 셈이다.
<청춘의 독서>는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우선 책의 구성은 저자가 청춘 시절에 읽었던 수많은 책들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책을 골라 감상평을 써놓은 형식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감상평이 단순한 감상평으로 끝나지 않고, 뭔가 생각할 여지를 둔다는 점에서 사유를 통한 책 읽기의 즐거움을 더욱더 고양시키고 있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책들은 다양하다. 문학작품을 포함하여 대부분 고전의 반열에 드는 위대한 저작들이다. 이런 책을 청춘 시절에 읽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저자의 사유의 폭을 짐작할 수 있다. 부끄럽게도 이 중에서 제대로 읽은 책은 한 권도 없다. 저자가 소위 청춘 시절이라고 하는 1970년대 말에서 1980년대 초는 어수선한 사회분위기 속에서 군부독재의 망령이 온 나라를 에워싸던 시기였다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런 시대에 금서로 지정되었을 법한 책들에는 마르크스, 엥겔스의 <공산당 선언>이라든지 리영희의 <전환시대의 논리> 등이 있다. 이런 책들은 당시 공안당국의 검열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위험을 감수하고 읽을 수 있었다는 것은 그 시절 청춘들의 숙제였기에 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맬서스의 <인구론>이 가난한 사람들을 배척해야 한다는 논리로 인구 감소를 주창한 한 천재 경제학자의 저서라는 사실은 놀라웠다. 동양 고전은 두 권이 포함되어 있는데, 맹자의 <맹자>와 사마천의 <사기>가 그것이다. 소설로는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 푸시킨의 <대위의 딸>, 뵐의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최인훈의 <광장>이 소개되어 있다. 소설만으로도 사회의 부조리를 풍자, 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은 문학이 사회 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는 본보기를 보여준 것 같아 그 의미가 크다. 이외에도 솔제니친의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다윈의 <종의 기원>, 베블런의 <유한계급론>, 조지의 <진보와 빈곤>, E.H.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 등 세상의 진보와 발전에 영향을 끼친 다수의 책들을 통해 다양한 사유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저자의 말처럼, 이 책에 소개된 책 말고도 소개하고픈 많은 저서들이 많지만 지면 관계상 싣지 못한 것을 아쉬워할 수밖에. 책을 읽는 목적은 비단 교양이나 지식의 축적만을 위해서가 아니다. 사회의 저변에 깔려있는 문제들을 볼 수 있는 눈을 기르고, 그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르는 것도 책을 읽는 중요한 목적 가운데 하나이다. 청춘의 독서는 바로 이런 독서라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