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 태권V / 김청기 감독(1984) / 대한민국
추억을 더듬어보면 로봇물 애니메이션은 어린 시절 만화영화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던 것 같다. 명랑하고 카랑카랑한 음성의 주제곡과 어우러지며 창공을 가르는 로봇의 대활약은 동심을 환상의 세계로 이끌기에 충분했다. 로봇물 애니메이션의 원조는 일본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로보트 태권V도 수많은 일본 로봇캐릭터의 아류작이라 할 수 있다. 단지 다른 점이라면 국기인 태권도의 결합과 주인공이 혼연일체 되어 움직이는 독특한 발상의 로봇 수행능력이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로보트 태권V의 얼굴은 조선시대 장군의 투구를 형상화한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는데 여하튼 일본의 로봇캐릭터와 차별화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역력한 것은 사실이다.
이 시대의 유명한 로봇캐릭터는 태권V를 포함하여, 그랜다이져, 짱가, 슈퍼타이탄, 건담시리즈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로봇물의 특징은 주로 우주공간에서 로봇 간의 대결로 많이 그려지는데 독특한 무기체계와 권선징악적인 요소가 다분히 담긴 교훈적인 내용이 주를 이룬다. 아름다운 지구를 침공하는 악의 세력들을 과학기술의 결정체로 만든 로봇을 등장시켜, 처음에는 고전하다가 기어코 악을 퇴치해버리고 마는 단순한 줄거리가 대부분이다. 로보트 태권V도 예외는 아니다.
과학자인 조여사는 야심으로 죽은 자신의 아들을 인조인간으로 만들어 환생시키려고 하는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실제로 그 연구는 성공해 인조인간이 탄생하지만 그건 비극을 초래하는 시발점이 될 뿐이다. 조여사의 아들인 현의 모상인 인조인간은 기이한 힘과 비상한 두뇌로 세계를 정복하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운다. 그 전면에 등장하는 로봇은 세계를 정복할 강력한 무기가 된다. 인조인간의 야심은 결국 로보트 태권 V마저도 그를 추정하는 로봇의 대열에 합류하게 한다. 이에 지구의 용사들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행동에 들어가는데...
지금으로부터 40여 년 전의 애니메이션 치고는 제법 깔끔한 그림체가 돋보인다. 군데군데 어색한 부분이 있긴 하지만 컴퓨터가 발전되지 않았던 그 시절의 기술로 이만큼의 작품을 만들어냈다는 것은 대단한 저력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지금도 귓전에 맴돌고 있는 '날아라 야 로보트야, 날아라 야 태권브이'라는 가사와 멜로디는 추억의 시간으로 되돌려지게 할 만큼 향수를 자극한다.
로보트 태권V는 그 시절을 풍미했던 대표적인 애니메이션 중에 하나이다. 애니메이션의 걸음마 단계라고 할 수 있었던 그 시절에 아니메로 대표되는 일본 애니메이션을 좇기 위해 탄생한 우리 고유의 캐릭터 로보트 태권V. 로보트 태권V의 탄생은 수많은 일본 로봇캐릭터들의 존재를 무색하게 하는 당당한 로봇전사로서 단순한 애니메이션 캐릭터로서만이 아닌 그들에게 맞설 수 있었던 상징물이었다. 로보트 태권V의 가치가 단순히 애니메이션의 한 작품으로서 끝날 수 없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