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레스 무어 / 미디어숲
개인적으로 성정이 산만한 편이라 어떻게 하면 집중을 잘할 수 있을까 고민한 적이 많다. 그렇다면 책을 통해서라도 집중력에 대해 접근해 보면 어떨까 하던 차에 눈에 혹할 제목으로 들어온 것이 <집중력 천재 잠자는 뇌를 깨워라>였다. 하지만 막상 책이 도착한 후 내용을 보니 실소를 금할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진지하게 읽을 책이라기보다는 가볍게 게임하듯 넘겨야 할 책이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두툼한 만화잡지에서 볼법한 다양한 퍼즐과 미로, 언어와 수리 영역을 테스트할 만한 과제들은 눈에 익숙한 것들이기는 하지만 단시간에 접근할 만한 성질의 것은 아니었다. 물론 시간 날 때마다 조금씩 문제를 푼다는 생각으로 과제의 빈칸이나 답을 완성한다면 모르겠지만 말이다. 해서 실제로 문제를 푼다기보다는 전반적으로 이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집중력 훈련법은 어떤 것일까 하는 관점에서 접근해 보았다. 하긴 40일간 하루 20분이라는 시간이 걸려야 다 읽을 수 있는 분량을 고작 몇 시간에 다 읽어야 한다는 것은 무리수였다. 그렇다고 40일에 걸쳐 꾸준히 20분이라는 시간을 투여할 용기도 나지 않았다. 그래서 일차별로 주어진 훈련 과제에 천착하기보다는 ‘집중력을 돕는 더 깊은 지식’이라는 부분만을 중점적으로 읽었다. 전체적으로 내용 자체는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대부분이 집중력과 관련된 내용인 줄 알았지만 뜬금없이 우선순위 구분하기, 나만의 목표 세우기, 스트레스받을 때 대처법, 마음 챙김 명상법, 예측 불가한 타인 등 소위 자기 계발 서적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들이 일정한 기준과 구분도 없이 집중력 훈련법 과제 옆에 배치되어 마치 새로운 책을 한 권 더 읽는 듯한 느낌도 받았다. 물론 옆에 소개된 과제와 연관성은 별로 없어 보였다.
지은이 소개를 보면 유럽 최고의 두뇌 게임 전문가,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인공지능의 한 분야인 머신러닝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는 이력도 나오긴 하지만 책의 구성을 보면, 단지 책을 만들기 위해 이것저것 짜깁기한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순 없었다. 책 표지 디자인 또한 그리 신경을 쓴 것 같지는 않고 전반적으로 책이라고 하기는 조금 엉성하다는 인상이랄까? 물론 40일이라는 시간을 할애하고 직접 집중력 과제를 푼 후 다시 읽어본다면 느낌은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책의 제목을 보고 접근한 사람이라면 조금 실망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그런 한 편, 너무 고지식한 편견을 가지고 이전의 책과 비교하여 새로운 트렌드로 탄생한 방식의 텍스트를 폄하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생긴다.
이 책의 시작과 말미의 책장을 넘겨보면 두뇌와 관련된 의미 있는 문장들이 있다. 인용해 보면 다음과 같다.
우리는 뇌가 시키는 대로 행동한다. 인간의 뇌는 가히 우주의 축소판이라 할 만큼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당신의 뇌 또한 마찬가지로 무한하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뇌를 잘 사용하고 있을까?
뇌에서 사용되지 않는 부분은 자체적으로 폐기된다. 새롭게 배운 부분은 활성화된다. 심지어 외상성 뇌 손상을 입었을 경우에도 뇌는 잃어버린 기능을 되찾기 위해 손상을 입지 않은 부위에서 엄청난 양의 자체 재생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
뇌가 관심을 보일만한 새롭고 신기한 일에 도전해 보자. 하려는 일이 독특할수록 우리의 뇌는 더 관심을 기울이고 배우려고 한다.
혹시 당신은 매일 쳇바퀴 도는 일상을 반복하고 한정된 공간에서만 생활하고 있는가? 그러는 이유가 ‘안전’ 때문이라면 지금 당장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보기 바란다. 굉장히 새롭고 낯선 것일 필요까지는 없다. 늘 집에 가는 길이 아닌 안 가본 길로 돌아가 본다든지,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해 보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인간의 뇌는 어떤 문제에 관해 다른 사람과 대화할 때 혼자서 생각할 때와는 다른 방식으로 처리한다. 말하는 도중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하거나 근본적인 문제점을 찾는다.
인간의 뇌는 패턴을 찾는 데 뛰어나다.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파악하거나 새로운 일을 하려고 할 때, 뇌는 동시에 혹은 연이어 나타나는 점들을 빠르게 찾아낸다. 하지만 패턴이 아예 존재하지 않을 때도 뇌는 일정한 패턴을 찾기 위해 분주히 일한다.
같은 주제라도 적확한 단어를 사용해 설명하면 자신이나 듣는 사람이나 더 쉽게 기억하고 이해할 수 있다. 어휘력을 넓히고 독서량을 늘리면 생각의 크기를 키울 뿐만 아니라 대화의 기술도 습득할 수 있다.
뇌는 수많은 퍼즐을 푸는 방법을 연구하고 새로운 것을 터득하는 방식을 통해 단련이 가능하다. 경험에서 우러나온 방식이 꼭 맞지는 않아도 그 안에서 여전히 배울 거리를 찾아낼 수 있다.
‘유럽 최고의 두뇌 트레이닝 전문가와 함께 하는 집중력 완전 정복 프로젝트’라는 거창한 홍보 문구를 보고 이 책을 넘기면 조금 실망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퍼즐 게임이나 문제 풀기 등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할 방편으로 접근한다면 이 책은 그 어떤 텍스트보다도 두뇌를 자극하는 즐거움을 선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