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향기

by 정작가


세상에는 수많은 향기가 있다. 요즘은 향기조차도 만드는 세상이다. 향수를 발라본 적은 거의 없지만 모르긴 몰라도 수백, 수천종 이상의 향수가 있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 향기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정작 냄새를 거의 맡지 못하고 살아간다는 것은 행일까 불행일까?


비염 때문에 거의 냄새를 맡지 못하고 살아간 지 오래지만 가끔 비가 올 때 흙내음이라든지 꽃가까이서 맡을 수 있는 향기는 그리움의 언덕 너머에 있던 시간들을 소환하기도 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향기로운 것은 책내음이다. 어린 시절, 학교에서 새 책을 건네받고 책장을 넘기면서 맡았던 그 향기는 아직도 잊히지 않고 어렴풋이 남아있다. 책을 사면 가끔씩 냄새를 맡아보지만 그 시절 아련했던 추억들을 떠올리게 하는 향기를 찾기는 어렵다.


인간은 오감을 가진 동물이다. 그중에서 하나라도 감각기관이 고장 나면 어떤 식으로든 일상에 지장이 생길 것이다. 특히 냄새는 옛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촉매제로 작용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냄새를 잊고 살아온 지 오래다. 그만큼 추억도 저당 잡혀 있던 세월이다. 그래서 이전보다 감정의 높낮이가 둔화된 것일지도 모른다. 때론 아련했던 기억들을 회상하며 추억의 향기 속으로 빠져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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