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

by 정작가

누구에게나 위기와 기회는 있다. 그런 기회를 잘 잡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운명의 방향도 많이 달라진다. 위기가 왔다고 좌절할 필요도 없고, 기회가 왔다고 해서 너무 좋아할 필요도 없다. 양날의 칼날처럼 위기와 기회는 번갈아 올 수 있다는 생각으로,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면 될 뿐이다.


그날도 오래간만에 당직근무를 마치고, 집으로 가려던 참이었다. 당시에는 자전거를 타고 다니던 때라 건물아래 1층 주차장에 자전거를 받쳐 놓곤 했다. 가뜩이나 건물도 크지 않는 터라 간신히 빈 공간을 주차공간으로 쓰고 있던 참이었다. 그러다 보니 사람이 운신하기도 어렵고, 고개를 숙여야 그곳으로 들어갈 정도였다. 매일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던 습관이 있어 그날도 별생각 없이 자전거를 끌고 나오는데 그만 머리를 들다가 콘크리트에 부딪친 것이다. 순간 통증이 있긴 했지만 별일 있을까 싶어 자전거를 끌고 나오는데 머리를 만져보니 피가 나는 것이었다.


"아침부터 이거 재수 옴 붙었구먼. 액땜 한 셈 치지. 아침부터 이러니 오늘 더 안 좋은 일이 생긴다는 건 말도 안 돼. 이 보다 더 안 좋은 일이 있을라구."


혼자 중얼거리며 그렇게 집으로 향했다. 그날은 어차피 당직한 뒤라 시간도 남고 해서 그동안 미루던 체육복을 사려던 참이었다. 집으로 가는 길에 들러 체육복을 사가지고 집에 왔다. 근데 집에 와서 보니 사이즈도 안 맞고, 디자인도 볼품없어 보여서 다시 교환을 하려고 체육사엘 갔다. 한참을 다시 골라가지고 기분 좋게 집으로 가려고 하는데 갑자기 사이렌소리가 대로에 울려 퍼졌다. 소방차였다.


"뉘 집인지 몰라도 오늘 운수 더럽게 없는 날이구먼."


그렇게 남의 일처럼 생각하고, 집으로 향하고 있는데 소방차가 동네 근처로 가고 있는 것 아닌가?


"우리 동네에서 불났나?"


머리를 갸우뚱하며 집을 향했다. 동네 아파트에서 간혹 화재가 난 적이 있었기 때문에 그냥 그런가 싶었다. 그런데 그 소방차는 공교롭게도 내가 살고 있는 동을 향하고 있었다. 잠시 후, 믿을 수 없는 광경이 벌어졌다. 소방차가 멈춰 서서 소방호스로 물을 쏘아댄 곳은 다름 아닌 2층 아파트, 우리 집이었다. 설마 하고 다시 확인을 해봤지만 영락없이 우리 집이었다. 순간 아침부터 피를 보았던 순간이 떠올랐다.


'그게 불행의 전조였구나!'


그때서야 깨달았다. 사람의 일을 두고 함부로 말하고, 예측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이었나 하는 것을. 불행의 전조인 줄도 모르고 기고만장했던 시간들을 반성하게 된 순간이었다. 지금 불행이 닥친다고 그것이 끝이 아닐 수도 있다. 지금 행복하다고 그것이 지속된다는 보장도 없다. 행운은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 차라리 고통이 늘 짊어지고 갈 운명이고, 삶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한다면 오히려 삶에 대처하는 태도는 많이 달라질 것이다. 위기가 닥칠수록 더 겸허해지고, 겸손해질 수 있는 마음을 기르는 것이 삶에 대처하는 현명한 태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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