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혼 광고를 이용해 책을 팔다

서머싯 몸

by 정작가

서머싯 몸은 유명한 <달과 6펜스> <인생의 굴레>의 작가이다. 그가 유명해지기 전에는 다른 무명작가들과 마찬가지고 생계도 꾸려가기 어려울 정도였다. 그런 그가 꾀를 냈다. 신문사에 찾아가 광고를 낸 것이다. 광고의 내용은 이러했다.'저는 젊고 교양이 있는 백만장자입니다. 몸의 소설에 나오는 여주인공과 똑같은 여성과 결혼하기를 원합니다.' 이 광고는 수많은 여성들에게 전해졌고, 서머싯 몸의 책은 날개 돋친 듯이 팔렸다.


이 일화에는 남들이 갖는 관심을 읽을 줄 알았던 현명한 소설가의 지혜가 가득 담겨있다. 책이 팔릴지 않는다고 좌절하지 않고, 꾀를 내어 신문사를 찾아간 그의 행동에는 배포가 있어 보인다. 동전 한 푼 없는 상황에서 광고부 부장을 설득시킬 문안으로 공짜로 신문사에 광고를 한 것도 그의 저력이다. 어찌 보면 이는 사기성이 짙은 광고로 폄하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생각과 행동이 가능했던 것은 그의 기본적인 역량, 소설가로서의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글 쓰는 능력이 탁월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그런 광고문안을 만들 수 있었겠으며, 그런 경이로운 생각의 나래를 펼칠 수 있었겠는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비록 구혼광고를 통해 책은 날개 돋친 듯이 팔려나갔지만 그런 기지를 발휘하지 않고, 독자가 찾아와 주기만을 바랬다면 오늘날의 서머싯 몸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남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통해 나의 이미지를 팔 수 있다는 것은 능력이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좀 더 나은 삶을 위해 노력했던 이 천재작가를 기억한다면 비록 좋지 않은 환경이라고 할지라도 노력하고, 인내할 수 있는 힘이 생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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