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가시

박정우 감독(2012) / 대한민국

by 정작가


영화 <연가시>의 분위기는 흡사 봉준호 감독의 <괴물>과 비슷하다. 괴생명체가 출몰하는 곳이 물이라는 점, 인간의 탐욕과 가족 간의 애정이 드러난다는 점에서도 유사하다. 창작은 제2의 모방이라는 말처럼 유일무이한 것은 없다. 다소 변형되고, 새로운 관점에서 접근할 뿐이지 처음부터 독창적인 것을 찾아낸다는 것은 천부적인 예술가라고 해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괴물>에서 인간의 탐욕이 환경의 오염을 부추기고, 괴물이라는 괴생명체를 탄생시킨 것이라면 <연가시>에서는 물질적인 욕망으로 인해 인간의 생명에 대한 존엄성이 훼손되는 것을 볼 수 있다. 물론 이는 영화 속 내용을 거시적으로 해석한 측면이 강하다. 좀 더 디테일하게 들어가 보면 보이지 않는 다국적 기업의 음모론까지 유추해 낼 수 있기도 하다. 그렇다. 우리는 일찍이 구제역, 사스, 신종플루와 같은 전염병에 대한 경험을 통해 보이는 것만이 진실이 아니라는 사실을 목도할 수 있다. 국제적인 제약회사의 음모론을 접해보기도 하고, 통계적인 수치의 허구성, 언론의 확대해석 등을 통해 그대로 보이는 것이 진실이 아니라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이런 면에서 <연가시>는 그저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영화로서 만으로 취급할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음모에 대한 환기 차원에서 접근해 보아도 좋을 영화라고 볼 수 있다.


연가시가 일정기간 동안 숙주에 기생하여, 숙주를 죽음으로 내몰고 종족번식을 꾀하는 연가시의 특성은 우리 사회의 생리와 고스란히 닮아있다. 복잡다단한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어쩌면 연가시의 속성은 살아남기 위한 발버둥이자 필요악처럼 인식될 수 있다. 내가 살기 위해 남을 짓밟아야 되는 현실, 살기 위해서는 배반을 밥 먹듯이 할 수밖에 없는 이 시대의 소시민들의 현실은 그야말로 눈물겨울 수밖에 없다. 이는 부익부 빈익빈 사회가 가져다준 폐해이자 인간성 상실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이런 현실적인 문제인식은 현시대 상황과 맞물리면서 좀더 깊이 생각할 꺼리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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