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 생각정원
열등감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문득 내 정체성을 떠올리게 된다. 학창 시절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딱히 공부를 잘한 것도 아니고, 잘 논 것도 아니고 운동을 잘한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친구를 많이 사귄 것도 아니니 그땐 과연 어떤 존재의 의미를 가지고 살았었는지 기억도 제대로 나질 않는다. 이렇게 불현듯이 열등감을 떠올린 것은 서민교수 때문이다. 그에게 열등감은 외모에 관한 것이었다. 그런 열등감을 극복하기 위해 죽어라 하고 공부를 했다고 한다. 그런 결과로 서울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교수로 임용된 정도라면 누구나 그렇게 될 수는 없는 것일 테니 겸손이 지나치다고나 해야 할까? 더군다나 글쓰기 분야에서는 제법 정평이 나있는 인사(?)로 친다면 그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엔 다소 무리가 있을 법하다.
서민 교수를 알게 된 것은 매스컴에서다. 그의 화려한 직함과 학벌과는 대조적으로 다소 의기소침했던 모습을 회상해 보면 그동안 가지고 있던 선입관이 단 번에 무너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었다. 외모를 보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드는데 그렇다고 내 외모 또한 출중한 것은 아니니 누가 누구를 평가할 위치가 아닌 것을 보면 그런 것들이 무슨 의미가 있으랴 싶다. 중요한 것은 행동이다. 이 책을 통해 서민 교수를 보면 소위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위치에 있으면서도 겸손한 자세로 글을 쓰고 이를 통해 사회 부조리를 비판하는 지식인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처음으로 읽게 된 서민 교수의 책은 <집 나간 책>이라는 서평집이다. 이 책을 통해 참 맛깔스럽게 글을 잘 쓴다는 생각을 했는데 <서민적 글쓰기> 또한 그런 면에서는 진일보한 글쓰기 교재로써 그 역할을 다하고 있다는 느낌이 크다. 이 책은 저자가 그동안 써온 글쓰기 수업을 소개하고 있는데 10년간의 지옥 훈련(?)을 통해 비로소 안정된 글쓰기의 반열에 오른 과정을 기술하고 있다. 저자 특유의 솔직한 화법은 자기 비하적인 요소가 가미되어 있기도 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인간적인 감성에 충실하다는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은 글에 진실성이 묻어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겨레신문이나 경향신문에 투고한 칼럼들을 통해 촌철살인의 풍자가 담긴 글들을 접할 때면 저자 고유의 유머가 사회비판적 시각과 어우러져 한 편의 멋진 명문으로 태어나고 있는 상황을 목도할 수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글쓰기를 잘하기 위한 방편으로 블로그 운영을 꼽고 있다. 저자가 십 년 동안 매일 두 편 이상의 글을 올린 이력을 생각해 본다면 내 입장에서는 아직도 가야 할 길은 멀다는 생각이다. 그동안 글을 쓰면서 무미건조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글에서 재미라는 요소가 빠진 탓이 큰 것 같다. 글에서 재미란 무엇일까? 바로 유머다. 그것만으로 족할까? 아니다. 세상을 보는 눈이 필요한 것이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저자는 세상을 보는 시선과 유머라는 요소를 적절히 배합하여 글을 쓴다. 그러니 글의 분위기가 경직되지도 않고, 그렇다고 경박하지도 않다. 그만큼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며 독자로 하여금 흥미 있게 세상 보는 눈을 길러주는 역할에 충실하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서민적 글쓰기>는 저자 특유의 글쓰기 방식을 통해 새로운 지평을 연 책이다. 숱한 글쓰기 교재들을 섭렵했지만 색다른 느낌이 든다. 그것은 바로 글이 단순한 흥밋거리를 위한 것만이 아니라 사회의 부조리를 비판할 수 있는 역할도 감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해 준 덕분이다. 이 책을 통해 글의 사회적인 역할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은 행운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