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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글쓰는 책

속 시원한 글쓰기

오도엽 / 한겨레출판

by 정작가


저자의 이력은 독특하다. 대학을 다니다 공장에서 용접, 도장 노동자로 살았고, 공단, 도시, 농촌을 떠돌며 르포작가로도 활동했다. 그렇기에 저자의 글은 현장성이 짙다. 글쓰기를 교육하는 사람이다 보니 인용된 예문도 많다. 현장노동자의 글에서부터 신문기사, 칼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예시문은 글쓰기의 전범으로 삼기에 안성맞춤이다.


<속 시원한 글쓰기>는 저자의 독특한 이력처럼 독자에게 다가가는 방식 또한 다소 거칠다. 원론적인 글쓰기만을 말하는 것이 아닌 내면에서 우러나는 진솔한 이야기를 과감하게 꺼내 보이라고 주문하기도 한다. 그래서 책을 읽다 보면 글쓰기와 관련된 내용보다는 예시문자체에 빠져들기도 한다.


예시문을 보면 누가 보더라도 편향성이 짙다. 이는 작가가 전태일 문학상을 받은 것과 무관하지 않다. 사회적으로 쟁점화된 사안들, 특히 노동문제와 관련된 부분에서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들도 다루고 있다. 그제야 이 책이 한겨레출판에서 출간된 책임을 알 수 있었다.


이 책은 여느 글쓰기 책과는 달리 시사성이 풍부하다. 글쓰기 예시문은 물론이려니와 글쓰기를 통해 나 자신뿐만 아니라 이웃에서 세상으로 시야를 넓히려고 하는 저자의 의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웃들의 아픈 사연들은 그저 넘길 수 없고, 사회 문제들 또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것이다.


이 책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보충수업’ 난에 할애하고 있는 ‘아홉 가지만 고쳐도 글맛이 난다’는 항목이다. 짧을수록 좋다, 반복되는 단어는 지우자, 문장의 시작과 끝은 깔끔하게, 대략 이런 식인데 간결한 글쓰기를 통해 글맛을 되찾으라는 저자의 바람이 담겨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얻게 된 소득은 글쓰기는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아무리 유려한 문체를 자랑한다고 해도 내용이 속 빈 강정이라면 의미가 없다. 감동과 흥미를 주지 못하는 글쓰기는 그 자체로서의 의미를 상실한 것이다. 또한 사회 문제에 귀 기울일 수 있는 열린 마음 또한 글 쓰는 이의 자세라고 할 때, 이 책은 그런 글쓰기의 모범적인 답안을 제시하고 있는 저작이라고 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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