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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유시민 / 생각의길

by 정작가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은 글쓰기에 관한 모범적인 교본이다. 비록 시나 소설과 같은 문학적인 글쓰기를 다루는 책은 아니지만 오히려 그런 장르를 배제한 이유 때문인지 더욱 관심이 가는 책이다. 책 뒤표지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이 책은 논리적인 글쓰기를 위한 책이다. 예술적인 글이 아닌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글쓰기를 중점에 두고 쓴 책이니 만큼 일반인들의 글쓰기 교재로써도 적합하다고 할만하다.


그렇다면 글을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에 그 이유를 명쾌하게 밝혀주는 대목이 있다.


글쓰기의 목적은, 그 장르가 어떠하든, 자신의 내면에 있는 감정이나 생각을 표현해 타인과 교감하는 것이다.


글을 쓰면서도 정작 왜 그토록 글을 써야 하는지 제대로 모르고 무작정 글을 썼던 적이 많다. 물론 이런 정의가 저자만의 고유한 생각일지라도 공감이 가는 것은 사실이다. 소통 창구의 역할을 하는 글쓰기의 중요성은 일찌감치 인지하고 있던 터이지만 막상 이런 정의를 접하고 나니 글 쓰는 의미에 대한 마음가짐을 새로 다지게 된다.


글쓰기에 대한 저자의 인식은 다음 구절에서 더욱 명징하게 드러난다.


멋진 문장을 구사한다고 해서 글을 잘 쓰는 게 아니다. 읽는 사람이 글쓴이의 마음과 생각을 느끼고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게 써야 잘 쓰는 것이다. 그렇게 하려면 표현할 가치가 있는 그 무엇을 내면에 쌓아야 하고, 그것을 실감 나고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여기서 핵심적인 내용은 ‘표현할 가치가 있는 그 무엇을 내면에 쌓아야’하는 것이다. 그동안 단순히 글쓰기에 대한 기법만을 익히려고 했던 내 생각에 일침을 가하는 말이 아닐 수 없다. ‘신들린 작가’로 알려진 김병완 작가는 몇 년 동안 다독을 통해 그런 내면의 경지를 일정 수준으로 올리는 데 성공한 경우다. 나탈리 골드버그는 ‘무작정 쓰라’ 고도하는 데 과연 어떤 것이 정답일지는 모르겠다. 모르긴 몰라도 읽고 쓰는 것을 당해낼 만한 글쓰기는 비법은 없는 것 같다. 이 책의 저자도 글쓰기의 철칙으로 ‘많이 읽어야 잘 쓸 수 있고’, ‘많이 쓸수록 더 잘 쓸 수 있게’ 된다고 하니 다독(多讀)과 다작(多作)은 시대를 통틀어 글쓰기의 진리이자 유일한 해법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막상 글쓰기를 시작하려면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는 경우가 많다. 저자는 말한다. 텍스트 발췌, 요약부터 시작하라고. 다음은 발췌와 요약에 대한 정의다.


‘발췌’는 텍스트에서 중요한 부분을 가려 뽑아내는 것이고, ‘요약’은 텍스트의 핵심을 추리는 작업이다. 발췌는 선택이고 요약은 압축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발췌’는 독서 중에도 행할 수 있는 만큼 독서와 글쓰기를 병행해야 하는 중요성을 설파한 <김병완의 초의식 독서법>이란 책을 참고하면 좋다. 요약을 압축의 기술이라고 한다면 한 권의 책을 읽고 리뷰를 쓰는 것 또한 그런 범주에 들어간다고 봐도 좋다. 책을 읽으면서 밑줄을 그으라는 주장은 임원화 작가의 <하루 10분 독서의 힘>이란 책에서 강조한 내용이다. 정리해 보면 한 권의 책을 읽되, 밑줄을 그으면서 책을 읽고 중요한 부분은 발췌하여 정리하고, 최종적으로 리뷰를 통해 책의 내용과 감상을 요약한다면 완벽한 독서를 하게 되는 셈이다.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에는 글쓰기와 관련된 정보들이 즐비한데 그중에서도 ‘전략적 도서목록’을 인용해 보면 다음과 같다.


- 라인홀드 니버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

- 레이첼 카슨 <침묵의 봄>

- 리처드 도킨스 <만들어진 신>

- 리처드 도킨스 <이기적 유전자>

- 리처드 파인만 강의, 폴데이빗 서문 <파인만의 여섯 가지 물리이야기>

- 마이클 샌델 <정의란 무엇인가>

- 막스 베버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 소스타인 베블런 <유한계급론>

- 스티븐 핑거 외 지음, 존 브록만 엮음 <마음의 과학>

- 슈테판 츠바이크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

- 신영복 <강의>

- 아널드 토인비 <역사의 연구>

- 앨빈 토플러 <권력이동>

- 에드워드 카 <역사란 무엇인가>

- 에른스트 슈마허 <작은 것이 아름답다>

- 에리히 프롬 <소유나 삶이냐>

- 장 지글러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 장하준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 제레드 다이아몬드 <총, 균, 쇠>

- 정재승 <정재승의 과학콘서트>

- 제임스 러브록 <가이아>

- 존 스튜어트 밀 <자유론>

-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 <불확실성의 시대>

- 진중권 <미학 오디세이>

- 최재천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 카를 마르크스, 프리드리히 엥겔스 <공산당 선언>

- 칼 세이건 <코스모스>

- 케이트 밀렛 <성性 정치학>

- 토머스 모어 <유토피아>

- 한나 아렌트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시민 불복종>

- 헨리 조지 <진보와 빈곤>


여기에 소개된 책들의 목록을 보면 생각할 여지를 주는 책들이 많다. 박웅현의 <책은 도끼다>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마음을 파고드는 강렬한 인상을 주는 책이 아니라면 굳이 읽을 필요가 없다. 그런 의미에서 여기에 소개된 책들은 사유의 성장을 기치로 내걸만한 책들이 많다. 한 번 읽고 말 것이 아니라 여러 번 읽고 뜻을 새긴다면 사상의 깊이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유시민의 30년 베스트셀러 영업기밀이라고도 할 수 있는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을 통해 글쓰기에 대한 정수를 느끼고, 글을 쓸 때 옆에 두고 참고할만한 교재로 삼는다면 글쓰기의 역량은 한층 강화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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