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글쓰는 책

글쓰기는 스타일이다

장석주 / 중앙북스

by 정작가


글을 쓴다는 것은 유쾌하고 즐거운 일이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글을 쓰기는 쉽지 않다. 이럴 때 누군가의 글을 참고할만한 교재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글쓰기는 스타일이다>는 바로 그런 바람을 충족시킬만한 교재다. 이 책은 글쓰기 비법을 안내해 주는 마법의 도구는 아니다. 다만 작가로서 장인 정신에 대한 가치를 심어주는 데 일조하고 있다는 사실만은 인정해야 할 것이다. 작가가 스스로 문장 노동자로 칭할 만큼 글쓰기는 저자의 전 생애에 걸친 운명과도 같은 것이었는지 모른다. 그러기에 작가론적인 측면에서 접근한다면 오히려 도움이 될만한 텍스트라고 해도 지나친 표현은 아니다.


<글쓰기는 스타일이다>는 저자인 장석주의 글쓰기에 대한 담론이 주(主)를 이룬다. 책의 후반부에는 유명한 작가들의 글쓰기 스타일을 경험할 수 있는 장(場)이 마련되어 있어 참고 교재로 활용한다면 유익한 측면도 있다. 책을 읽다 보면 물줄기를 따라가듯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흐름에 빠져든다. ‘시인의 감성과 인문학적 통찰로 써 내려간’이란 표현이 무색하지 않게 책은 그 자체로서 시(詩)이자 한 편의 문학작품이 된다. 시인, 비평가, 독서광이기도 한 저자의 이력은 그가 한 곳에 머물러 있길 고수하지 않는 진정한 자유인임을 짐작케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저자는 전업 작가로 한적한 곳에 머물며 읽고 쓰고 사유하는 일상을 영위하고 있기 때문이다.


책의 구성을 보면 시인의 감각이 그대로 투영된다. 우선 밀실, 입구, 미로, 출구, 광장이라는 소주제에 대한 상징적인 통로를 만든다. 그 속에 글쓰기를 위한 책 읽기, 작가의 길, 글쓰기 스타일 등을 배치해 놓는다. 바로 예술적인 감각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특히 저자의 군더더기가 없고, 간결하고 단아한 문체는 단연 일품이다. 저자는 말한다. “문장은 그리 대단한 것을 만드는 게 아니다. 그저 자기가 말하고 싶은 것을 정확하게 쓰면 된다”라고. 하지만 실상 그런 경지에 오르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경주(傾注) 해야 할지 짐작조차 가지 않는다.


독서를 통해 운명을 바꾼다. 그런 책 읽기를 통해 글쓰기를 지향한다. 백지의 공포를 경험하고, 고독과 칩거의 생활 속에서 몸으로 글을 쓴다. 문장 노동자로 거듭나기 위한 과정이다. 작가는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진 존재가 아니다. 피와 땀이 서린 노력을 통해서만이 탄생하는 장인인 것이다. 그런 인식에서 작가 스스로 문장 노동자로 칭하는 이유를 읽을 수 있다.


<글쓰기는 스타일이다>는 다양한 작가들의 글쓰기 스타일을 접할 수 있는 텍스트로서의 가치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작가로서 어떤 자세로 글을 쓰고 어떤 방식으로 작가로서의 입지를 구축해 나갈 수 있는지에 대한 탐구 교재로써도 그 가치는 빛난다고 하겠다. 이 책을 통해 작가가 스스로를 문장 노동자로 칭할 만큼 성실한 글쓰기 자세를 요구하고 있는 저자의 글쓰기 스타일이 진정한 작가의 길임을 다시금 되새긴 계기가 되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글쓰며 사는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