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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글쓰는 책

영화관에서 글쓰기

이권우, 이승재 / 동아일보사

by 정작가

영화는 대중화된 매체이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상업적인 가치에 치중할 수밖에 없다. 그렇더라도 관객의 수준을 감안할 때 감동과 교훈, 흥미라는 삼박자를 무시한다면 결코 성공적인 영화가 되기는 힘들다. <영화관에서 글쓰기>는 이 삼박자 중에서 교훈에 포커스를 맞춘 책이다. 더군다나 영화와 글쓰기라는 퓨전형식의 텍스트라는 점에서 그런 성향은 배가 될 수밖에 없다.


이 책의 구성은 다소 독특하다. 영화를 소개한 책들은 대부분 한 영화에 대해 심층적인 해석은 물론 철학적인 가치까지 결부시켜 독자에게 짜증(?)을 유발하는 측면이 강한 것이 사실이다. 이 책에서도 그런 부분은 없지 않지만 다소 문체가 평이하고, 컬러풀하게 영화의 장면을 사진첩으로 배치한 점을 감안할 때 책장이 쉬이 넘어가는 편이다. 그렇다고 책이 수준 이하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영화를 보면서 미처 생각하지 못한 메시지를 읽는 작업은 텍스트를 통한 영화 읽기라는 측면에서 신선한 충격을 안겨준 것만은 부인할 수 없다. 또한 15편의 영화와 그에 상응하는 글쓰기 비법을 배치해 놓은 점은 이 분야의 다른 책들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매력이라고 할만하다. 다만 영화와 글쓰기라는 다소 이질적인 분야를 접목하려다 보니 글쓰기 부분이 부록 형식으로 자리한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영화와 글쓰기가 같은 비중으로 다뤄졌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 책에서 소개된 영화는 총 15편이다. 영화 제목으로 보아 그 어떤 상관성도 발견되지는 않는다. 개인적으로 대부분은 직접 본 영화이거나 매스컴에서 언급된 영화이다. 한두 편의 생소한 영화도 눈에 띄지만 전체적으로 난해하다거나 하지는 않다. 그렇더라도 이 책이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는 것은 흔히 볼 수 있는 영화 속에서 보편적으로 찾아내기 쉽지 않은 보물 찾기의 즐거움을 안겨준다는 데 있다.


가령 한국 영화로 천만 관객 신화의 금자탑을 이룬 <괴물>을 예로 들어보자. 이 영화는 표면적으로 환경에 대한 가치를 설파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 개발의 신화 속에서 급성장한 우리나라가 과연 개인의 아픔을 보듬어줄 수 있는가 하는 물음에서 흔쾌히 답을 할 수 없다는 데 문제점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물론 이런 인식의 근저에는 저자의 날카로운 해석이 주효했을 터이지만 영화를 보는 입장에서 각기 다른 해석은 여전히 유효할 것이다. 이런 식으로 영화 속에서 숨겨진 보물 찾는 재미에 맛들이다 보면 금방 한 권의 책을 독파할 수 있다.


영화를 소개한 책만으론 부족하다. 해서 좀 더 다른 분야와 접목하여 한 권의 책을 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한 적이 있다. 그런 고민이 무르익기도 전에 영화와 글쓰기를 접목한 책을 발견한 것은 우연의 일치일까? 여하튼 이 한 권의 책을 통해 영화에 대한 보물 찾기와 글쓰기 계명을 익힐 수 있었던 것은 예기치 않은 행운이라 할만하다. 가히 퓨전과 통섭의 시대에 걸맞은 텍스트라 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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