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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글쓰는 책

나를 바꾸는 글쓰기

송준호 / 살림출판사

by 정작가

글을 쓰는 이유를 묻는다면 막상 대답하기가 쉽지 않다. 흔히들 말하는 것처럼 '자기의 표현 수단'이라는 이유는 진부적인 느낌마저 든다. 그렇다면 과연 글을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글을 써야 되는 이유’에 대해 물음을 던진다. 이런 물음은 ‘무엇을 쓸 것인가’, ‘어떻게 쓸 것인가’하는 방법론적 물음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실천 의지로까지 확대되어 간다.


글쓰기가 자기를 표현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이유로 많은 사람들에게 동기를 유발하는 기제로 작용하는 것은 그 진부적인 함의에도 불구하고 그에 맞갖은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인간의 본능적인 영역이 존재감의 표출이라는 표현 양식 중에서 글쓰기만큼 자신을 적확하게 드러낼 도구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의미에서 글쓰기는 결국 ‘나를 바꿀 수 있는’ 도구로 그 위치가 승격될 수밖에 없다.


자기를 표현하기 위한 양식으로서의 글쓰기, 이와 관련하여 보편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이유 중에서 박학다식함을 드러내 보이는 측면도 있다. 이는 인간의 속성인 자랑하는 인간을 표방한다. 남보다 많은 것을 알고, 이를 알리고자 하는 선구자적인 위치에서의 우월감은 이런 속성을 배태하기 마련이다. 이와 아울러 관찰자의 위치에서 발생되는 차별화된 시야의 획득은 문학 고유의 특성인 ‘낯설게 하기’를 한층 고조시킨다.


이런 습성은 곧잘 인간의 완벽해지고 싶은 욕망인 나르시시즘적인 성향으로 발전된다. 글쓰기에 적용한다면 이것이 바로 퇴고다. 문법의 이탈, 오탈자, 문맥상의 난맥 등은 점차적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미완의 다비드상을 더욱 정교하게 다듬고자 하는 욕망의 절정으로 옮겨갈 수밖에 없다. 이는 신의 우상을 직조해 내기까지 하는 바벨탑의 신화를 원용하게 한다. 바로 베껴 쓰기의 맛에 길들여지는 것이다. 비록 내 것은 아니지만 작자의 입장에서 글을 써보게 되면, 그 글은 결국 자기만의 향상된 문체라는 지위를 획득하기 마련이다.


글감은 다양하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것은 글감이 될 만한 재목 중에서 극히 일부이긴 하지만 눈여겨 볼만한 것들이다. 자기 주변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것, 아주 작고 초라한 것들, 나아가 카오스적인 요소까지 확장해 글감 찾기에 진력한다면 작자가 말하는 것 이상의 글감도 충분히 얻을 수 있다. 또한 나만의 고유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아름답고 밝은 것만이 아닌 삶의 본질적인 고통과 외로움, 고독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가치는 충분하다. 로미엣과 줄리엣으로 대표되는 혼사장애 모티브를 주제로 한 이야기에 대해서도 음미해 볼 이유가 있다. 그렇다고 모든 것이 글감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저자가 표현한 것처럼 ‘자랑하고 싶은 내 팔뚝’은 제재로서는 영 파이일 수밖에 없다. 성서의 말씀처럼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도록’ 할 정도는 아니더라도 자기의 치적을 굳이 글쓰기의 제재로 삼아 글을 쓸 필요는 없는 것이다.


글에는 감칠맛이 나야 한다. 진부한, 반복되는, 예측 가능한 글쓰기의 형태는 지양될 필요가 있다. 이런 전제에는 그에 따른 필수적인 요소가 수반된다. 문맥의 난맥상이라고 할 정도로 호응되지 않는 연결 고리의 사용, 틀린 맞춤법, 수사학적인 오류 등은 글의 감칠맛은커녕 글 자체를 아예 비문으로 추락시키는 원흉으로 자리할 뿐이다. 일종의 인지부조화라고 할 수 있는 이런 비문의 생성은 글쓰기 자체를 위태롭게 만든다. 이 정도 관문을 무사히 통과한다면 창의적인 역량을 토대로 마음껏 창작의 세계로 자기를 몰입시킬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상상력은 글쓰기의 원동력이다. 이런 상상력을 발판으로 삼아 남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세계를 창조하고 그 속에서 맘껏 창작의 기쁨을 누린다면 글쓰기의 기쁨은 내가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의 지평을 가속도로 확대시키는 데 크게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아주 사소한 습관에서 출발한다.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일기 쓰기나 트위터, 페이스북, 블로그에 올리는 몇 줄 안 되는 글도, 그것들이 모이고 쌓이다 보면 한 권의 책을 만들 수 있는 훌륭한 자료가 될 수 있다. 무엇이든 꾸준히 하는 것을 당해낼 재간은 없기 마련이다. 그런 면에서 꾸준한 글쓰기는 ‘나를 바꿀 수 있는’ 기회가 되기에 충분하다. 이제 당신도 시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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