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댄스

한강

by 정작가

휠체어 댄스 / 한강


눈물은

이제 습관이 되었어요

하지만 그게

나를 다 삼키진 않았죠


악몽도

이제 습관이 되었어요

가닥가닥 온몸의 혈관으로

타들어오는 불면의 밤도

나를 다 먹어치울 순 없어요


보세요

나는 춤을 춘답니다

타오르는 휠체어 위에서

어깨를 흔들어요

오, 격렬히


어떤 마술도

비법도 없어요


단지 어떤 것도 날

다 파괴하지 못한 것뿐


어떤 지옥도

욕설과

무덤

저 더럽게 차가운

진눈깨비도, 칼날 같은

우박 조각들도

최후의 나를 짓부수지 못한 것뿐


보세요

나는 노래한답니다

오, 격렬히

불을 뿜는 휠체어

휠체어 댄스





대단한 춤꾼인 구준엽과 강원래가 활동했던 그룹이 클론이다. 클론의 노래는 신나는 노래가 많은데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노래가 ‘쿵따리샤바라’다. 국적불명의 이 해괴한 언어의 노래는 한때 나이트클럽의 대표 음악으로 자리 잡을 정도로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던 곡이다. 그 시대를 풍미했던 젊은 사람들이라면 현란한 조명아래서 큰 소리로 쿵따리샤바라를 외치면서 마치 구슬을 돌리는 것 같은 춤사위를 경험한 적이 있을 것이다. 이 노래를 히트 시킨 구준엽과 강원래 또한 누구 못지않은 춤 솜씨로 전성기를 누렸다. 하지만 그런 영광은 오래가지 않았다. 이 두 멤버 중의 하나인 강원래가 교통사고로 하반신 마비라는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기 때문이다. 이 시는 그런 강원래의 공연을 보고 쓴 시다. 시인은 다름 아닌 우리나라 최초로 맨부커상과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이다.


시를 보면 휠체어 댄스를 추는 화자의 심경이 그대로 표현되어 있다. 습관이 되어 버린 눈물과 악몽, 불면의 밤조차 그를 먹어치울 순 없다. 그래서 그는 춤을 춘다. 그 춤은 너무 강렬해서 불이 타오를 정도로 정열적이다. 그 어떤 것도 그를 파괴하지 못한다. 그 어떤 마술도 비법도 없지만 그는 노래하고 춤을 춘다. 진눈깨비와 우박들은 더럽게 차갑고, 칼날 같다. 그렇지만 그를 부수지는 못한다. 오히려 휠체어는 불을 뿜어대기까지 한다. 그 어떤 시련조차도 그의 춤을 멈추게 할 수 없다. 비록 어깨를 흔들고, 머리를 흔들고 하는 춤이지만 말이다.


인간은 어떤 시련을 당할 때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한다. 그 시련에 굴복할 것인가 아니면 그 시련을 이기고 우뚝 설 것인가 하는. 시 속의 화자는 후자를 택했다. 댄스가수로서의 생명인 다리가 그 역할을 하지는 못하지만 여전히 그에겐 흥이 남아있다. 과거의 화려했던 명성보다 신나는 음악에 맞춰 춤사위를 발산했던 그 흥을 복원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 그에게 다리는 더 이상 중요치 않다. 남아있는 어떤 것으로든 그 흥을 표현해내면 되기 때문이다. 이전보다는 화려한 춤사위를 자랑하지 못하겠지만 더욱 불 뿜는 듯한 열정으로 휠체어 댄스에 몸을 맡기면 불꽃처럼 솟아오르는 환희에 사로잡혀 그 시절의 위대한 댄서로 거듭나는 기적이 현실에서 재현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