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한 / 역사의아침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는 책을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유교의 폐해를 지적한 책이 아닌가 싶다. 그렇다면 <한국사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는 한국사의 폐해를 지적한 책이 아닐까 쉽게 유추할 수 있다. 요즘 역사 교과서문제로 세상이 시끄럽다. 그만큼 한 국가의 역사는 중요하다는 반증일 텐데 과연 해법은 없는 것일까?
<한국사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는 그동안 내가 알고 있던 한국사의 상식을 모조리 엎어 버릴 만큼 전복적인 성격이 강한 책이다. 책표지에는 ‘한국사를 은폐하고 조작한 주류 역사학자들을 고발한다’는 붉은색으로 된 문구가 선명하다. 일본의 신사와 조선총독부 건물 사진이 불에 타는 모습을 형상해 놓은 것이 이색적이다. 한국사에 대해 불신하는 저자의 태도를 상징적으로 읽을 수 있는 장면이다.
이 책을 고르게 된 것은 그동안 거의 전무하다시피 했던 역사에 대한 관심을 점층적으로 확대하기 위함이었다. 인문학 공부를 지향하면서 역사책, 그것도 한국사에 대해 읽은 것은 전무한 실정이었으니 역사에 대한 나의 태도와 인식 또한 반성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이런 인식의 근저에는 정체성에 눈떠가고 있는 시점에서 조국의 역사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살아왔던 것에 대한 자괴감이 들었던 이유도 한몫했던 것 같다.
<한국사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는 한마디로 음모론적인 성향이 짙은 책이다. 처음 이 책을 읽는 독자라면 마치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한 느낌이 들지도 모른다. 박웅현이 <책은 도끼다>에서 카프카의 말을 인용했던 것처럼 책은 도끼처럼 내 안에 잠자고 있는 의식을 깰 수 있는 도끼 같은 것이라야 한다. 이 책은 이런 인식에 부합된다. 그렇다면 이 책이야말로 반드시 읽어야 할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우리나라를 침략한 일제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무엇일까? 그것은 토지측량도 곡물수탈도 아닌 조선사편수회라는 한국사 연구 조직을 만든 일이다. 이는 우리 민족의 얼을 빼앗고, 역사를 왜곡하여 식민 지배를 공고히 하려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러니 그동안 우리가 배웠던 상고사를 보면 고조선 이전의 웅대한 역사보다는 구석기시대나 청동기 시대의 유물에 초점이 맞춰진 사실을 알 수 있고, 고조선이나 삼국사 초기의 역사는 마치 신화처럼 다루었던 사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유추할 수 있다. 또한 연대기 나열이나 단편적인 지식을 외우는 방향으로 역사교육이 전개된 것은 친일사학자들의 영향이 큰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이 책의 제목처럼 ‘한국사가 죽어야’ 나라가 살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에서 주창하는 것은 식민사학의 태두 이병도의 식민사관, 고조선의 역사를 왜곡하는 주류학계의 학설, 역사관 비판 등이다.
우리의 근대사를 보면 정치사도 친일파 일색이다. 임시정부 주석이었던 김구 선생이 의문의 죽음을 당하고 일제 통치에 빌붙은 친일파들이 색출되기는커녕 다시 광복 조국의 요직으로 발탁되는 어이없는 상황을 목도하게 되면 말문이 막힐 뿐이다. 얼마 전 상영된 영화 <암살>이 엄청난 흥행을 한 것도 그만큼 민족적인 감정이 살아있다는 발로라고 보면 역사에 대한 인식의 폭을 넓히는 것은 후손들의 의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일제가 우리 민족에게 행한 온갖 악행들은 헤아릴 수가 없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큰 것은 바로 역사왜곡이라 할 수 있다. 안타까운 것은 역사계조차도 단재 신채호 선생이나 독립운동가 박은식 선생의 사학을 추종하는 사람들이 재야사학자들로 역사의 변두리에 머물러 있고, 식민사학계의 태두인 이병도를 추종하는 무리들이 여전히 우리 역사학계를 주름잡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중국의 동북공정에 맞서기 위해 국가의 혈세로 운영하는 ‘동북아역사재단’의 지도오류 사건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책을 계기로 그동안 잘못 알고 있었던 한국사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제대로 된 역사 인식을 토대로 민족 자긍심을 고취시키기 위해 노력한다면 왜곡된 역사를 우리 것으로 받아들이는 시대착오적인 태도는 수정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