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 SH아트홀 / 서울
MBC탤런트극단 창단 공연인 연극 <쥐덫>은 추리소설의 여왕인 아가사 크리스티의 연극을 무대에 올린 작품이다. 프로그램북을 보니 아가사 크리스티의 팬이었던 영국의 메리 왕비가 그녀의 연극을 보고 싶다고 희망한 후 탄생한 작품이라고 한다. 1952년 영국에서 초연된 이래 올해가 66주년이라고 하니 아주 긴 세월 동안 무대에서 공연된 연극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공연 예술에 매료된 이후로 공연장을 자주 찾게 된다. 특히 대학로 근처는 극장이 많기 때문에 다양한 작품 중에서 하나를 취사선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쥐덫>은 대학로 SH아트홀에서 상연된 연극인데, 소극장이 밀집한 곳에 위치해 있어서 뮤지컬을 관람하러 왔다가 시간이 돼서 찾게 된 작품이다.
애초에 좌석은 1층이었는데 공연 시간을 착각하는 바람에 늦게 입장하여 2층에서 관람할 수밖에 없었다. 생각보다 공연장은 크지 않았지만 무대는 제법 잘 갖추어져 있었다. 최근에 본 연극 <리처드 3세>처럼 화려한 무대 장치나 소품, 특수효과는 없었지만 실제 저택처럼 꾸며놓아서 무대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마치 가정집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숨어서 지켜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을 정도였다.
연극에 출연하는 배우들은 극단이름처럼 MBC출신 탤런트들이었는데 일찌감치 TV를 통해 눈에 익었던 사람들이 많았다. TV를 통해 보던 사람들을 직접 연극 무대에서 보게 되니 감회가 새로웠다. 출연 배우들의 연기에서는 제법 관록이 느껴졌다. 감상평을 보면 연기에 대한 평이 분분한데 연기에서 신선한 느낌을 찾을 수 없었다는 대목에서는 일정 부분 공감이 간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느낌보다는 안정적이고 숙련된 연기자로서 장인 정신이 느껴졌다는 것이 적확한 표현일 것이다.
연극은 게스트하우스에 투숙하게 된 사람들 간에 일어난 살인 사건을 모티프로 하여 극이 전개된다. 추리 형식의 내용이다 보니 극 중에 등장하는 인물 중에 누가 범인일까 유추하는 과정도 흥미로웠다. 앞부분은 다소 지루하다는 느낌도 들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상황이 급박하게 전개되는 것을 보니 몰입하는 즐거움에 빠져들기도 했다.
연극 <쥐덫>은 추리물 형식을 표방한 작품이지만 그 속에는 인간 내면에 자리 잡고 있는 상처와 고통, 아픔이 담겨 있다. 극을 보면, 어린 시절에 겪었던 학대의 경험은 세월이 흘러도 쉽게 치유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 작품에서는 그런 잊혀지지 않는 기억들이 시간이 지나도 인간에게 얼마나 큰 고통으로 남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인간의 아픔을 다룬 연극이다 보니 전체적으로 극의 분위기는 음산한 편이다. 폭설로 끊긴 도로, 게스트하우스가 된 저택에서의 살인 사건, 과거의 이력이 불분명한 이들의 조우 등 미스터리한 상황은 연극이 끝날 때까지 묘한 긴장감을 유지하며 자연스럽게 극을 이끌어가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관객들의 허를 찌르는 종반의 반전 상황은 예측을 불허하게 만든다. 추리소설의 거장인 아가사 크리스트의 명성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던 연극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