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게임 (시즌1) 2화

지옥

by 정작가


극의 첫 장면은 마치 나치 수용소의 소각장을 재연하듯 화장장에서 분주히 움직이는 진행요원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관뚜껑을 열고 나오려는 의지를 꺾어버리는 타카의 울림은 이곳이 곧 생명 경시의 현장임을 직시하게 한다. 여기서 처음 카메라는 소각장 창을 통해 비친 화염을 비치다 줌-아웃한다. 이어 달리 아웃으로 소각로를 향해 관을 옮기는 진행요원들의 상황을 자연스러운 카메라 움직임을 통해 포착해 낸다. 침묵 속에서 벌어지는 이런 행동들은 이들이 암묵적 살해자이자 공범임을 그대로 드러내 준다. 특히 음산하고 어두운 배경과 긴장감을 조성하는 음악은 비극적 정서를 더욱 고조시킨다. 붉은 계열의 진행 요원 유니폼은 마치 펜싱 선수처럼 머리 부분을 숨기고 거기에 ○, △, □ 마크를 새겨 넣은 독특한 스타일로 인해 게임 참가자들의 옷차림인 운동복과 묘한 대조를 이룬다. 이는 계급 간의 확연한 차이를 통해 이질성을 극대화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참가자들에게 진행요원들은 생사여탈권을 지닌 신과 같은 위치로 격상된다. 극 중 미녀 역과 같은 캐릭터를 제외하고, 이들에게 순종적인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다.


모두들 첫 게임을 경험하고 살아난 사람들은 그 참상의 기억으로 인해 침상에서도 한동안 침묵을 유지한다. 이런 침묵을 깨는 성기훈. 첫 번째 게임에서 도움을 받아 살게 해 준 성우와 알리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몇몇 주변 사람들과 얘기가 끝날 새도 없이 등장하는 진행요원들. 게임을 결과가 나타나는 전광판. 이 전광판을 통해 한 번의 게임으로 255명이 죽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들은 목숨을 구걸하며 무모한 게임에서 벗어나고자 여러 명이 무릎을 꿇고 애원하기도 하고, 일부는 게임을 하다 죽은 이들의 죽음에 대해 책임을 묻기도 한다. 급기야 경찰의 위치추적 운운하며 진행요원들에게 협박조로 말을 해보기도 하지만 허공에 쏜 총성 한 방에 이들은 모두 엎드릴 뿐, 더 이상 대꾸하지 못한다. 진행요원들은 이렇듯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며, 단지 이런 죽음은 게임의 룰을 지키지 않은 결과라고 말할 뿐이다.


<오징어게임>의 참가자는 다음과 같은 규칙을 지켜야 한다.


제1항 참가자는 게임을 임의로 중단할 수 없다.

제2항 게임을 거부하는 참가자는 탈락으로 처리한다.

제3항 참가자 과반수가 동의를 하면 게임은 중단된다.


성기훈의 후배인 상우의 주도로 남아있는 이들은 게임을 지속할지, 그만둘지 공개투표에 들어간다. 결국 201명의 게임 참가자 중에서 101명이 게임을 포기하게 되고, 이로써 한시적으로 게임은 중단된다.


극에서 상우라는 캐릭터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수석 입학한 이력을 지닌 인물로 그려진다. 이런 학벌에 대한 상징적인 우화는 상우 모친이 물건을 팔면서 손님과 대화하는 중에 경찰서 자진 출두 명령을 전달받는 장면에서 여지없이 깨져버린다. 이런 캐릭터의 설정은 한국 학벌 엘리트조차도 자본의 힘 앞에서는 무력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듯하다.


<오징어게임>에서 가장 백미로 여겨지는 장면은 공중에 매달린 투명한 원구 형태의 돼지저금통에 오만 원권 지폐 다발이 떨어지는 퍼포먼스다. 플라스틱 돼지저금통의 구조를 차용하여 만든 이 원구에는 게임 참가자가 탈락 처리되는 순간 돈다발이 쌓인다. 사람이 수가 줄어들수록, 쉽게 말하면 죽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원구 속의 돈은 가득 채워진다. 이는 상대방을 죽여야 살아남는 냉혹한 자본주의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이후 극의 내용은 풀려난 이들의 일상 행적을 좇아가는 장면으로 채워진다. 기훈, 새벽, 알리, 상우, 덕수, 일남에게 펼쳐진 현실은 마치 지옥도를 보는 것처럼 암울하다. 기훈은 모친의 병세로, 새벽은 보육원에 맡긴 남동생과 이북에 두고 온 가족과의 해후를 위해, 알리는 악덕 업주의 임금 체불로 고뇌한다. 상우는 감당할 수 없는 빚에 자살을 시도하고, 덕수 또한 조직의 배신으로 막다른 길에 다다른다. 일남은 마지막에 게임 중단 부저를 눌러 게임의 진행을 멈춘 일등 공신이지만 그 또한 뇌종양으로 인해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이대로 죽음을 기다리고만 살 수는 없다고 하며 다시금 게임 참여를 선언한다.


이번 회차의 제목이 <지옥>이라는 것은 현실 상황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오징어게임에 참여하면서 수백 명의 죽음을 경험한 이들은 다시금 게임 속으로 들어간다. 이런 상황은 현실이라는 지옥보다 게임이라는 길을 택했다는 점에서 그 비극미는 더욱 고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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