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을 쓴 남자
<우산을 쓴 남자> 편에서는 형의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게임에 비공식으로 참여하게 된 준호와 다시 게임에 참가하기 위해 돌아온 이들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현실 속 지옥에서 벗어나기 위해 게임에 참여한 이들은 게임에 승리하기 위해 열의를 다진다. 그룹을 지어 새로 시작할 게임에 대처하기도 하고, 화장실을 핑계로 건물 구조를 탐색하여 정보를 빼내기도 한다. 여기서 특히 준호의 출현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베일에 가려져 있던 진행 요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파악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또한 누군가 간식 속에서 작은 쪽지를 뽑아내는 장면을 보면, 진행 요원과 내통하는 사람도 존재함을 알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지옥과 같은 현실보다는 게임 속 세계에서 승자가 되고자 하는 그들의 열망이 다시금 죽음을 각오하고 <오징어게임>을 생의 대안으로 택했다는 점에서 그 비극성은 더욱 고조된다.
이번 회차에서는 두 번째 게임이 진행된다. 두 번째 게임은 바로 설탕 뽑기, 일명 달고나 게임이다. 여기서는 세모, 별, 원, 우산의 형태로 선 사람들의 희비가 엇갈린다. 기훈이 우산을 선택하고 나서 망연자실한 것은 이 때문이다. 설탕 뽑기 게임에서 비극적인 것은 전 게임에서 어디서 날아오는지도 모르는 총탄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공포에 노출된 것이었다면, 바로 옆에 있던 진행 요원이 게임의 룰을 어긴 사람에게 바로 방아쇠를 당긴다는 점이다. 연이어 죽어가는 게임의 동료들을 보면서 이들은 한껏 공포 분위기가 고조된 상황에서 게임을 이어갈 수밖에 없다. 극 중 미녀라는 캐릭터처럼 라이터를 이용해 반칙을 하는 경우도 목도할 수 있다.
<우산을 쓴 남자>에서 배우 이정재의 열연은 죽음을 목전에 둔 게임 참가자인 기훈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낸다. 기훈은 네 가지 문양 중에서 가장 어려운 우산을 선택했고, 타 문양에 비해 난도가 높았기에 더욱 게임을 성공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을 수밖에 없다. 혓바닥으로 달고나를 핥는 퍼포먼스는 이편에서 백미라고 할 수 있다. 죽음을 앞둔 상황에서 게임 통과는 절체절명의 과제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게임의 룰을 어기고서 순응하지 않는 사람이 생겼다는 것이다. 우산을 다 뽑아놓고도 중심부가 갈라져 총탄에 맞을 상황에서 이 참가자는 반격으로 진행 요원을 죽이고, 인질극을 벌인다. 그는 가면 속의 실체를 확인하고 싶어 했고, 가면을 벗은 진행 요원의 얼굴이 드러나자 나이가 너무 어린것에 실소를 던지며, 권총으로 자살한다. 신분이 드러난 진행 요원 또한 모니터 과정을 통해 나타난 검은 가면의 사나이에게 죽임을 당한다.
이번 회차에서는 베일에 가려져 있는 <오징어게임>을 진두지휘하는 세력들의 실체가 조금씩 밝혀진다는 것이 핵심이다. 첫 장면에서 게임 참가자들을 태운 승합차를 뒤따라가던 준호가 무진항에서 섬으로 가는 배로 가기 위해 승합차에 잠입하는 장면은 이들의 게임 루트가 어떤 식으로 펼쳐져 있는지 가늠할 수 있는 단서로 작용한다. 진행 요원 세계에서 상급자가 말을 걸기 전에 말을 해서는 안 되는 규칙, 진행 요원들은 정해진 방에서 복면을 벗지 않고 생활해야 한다는 것 또한 진행되는 내용을 통해 알게 된다.
<오징어게임>에서 던져지는 물음은 과연 게임은 공정하게 진행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는 협의의 의미에서라면 <오징어게임> 자체에서 던지는 의문일 수도 있겠지만 이것이 사회나 국가 차원으로 확대되어 간다면 과연 우리는 공정한 게임이 가능한 세계에서 살고 있는가 하는 물음과 맞닥뜨릴 수도 있다. 게임에 승리하기 위해서는 반칙과 특혜도 외면할 수 없는 아수라와 같은 세상에서 과연 그런 변칙적인 행위가 비난받을 수 있는가 하는 물음도 던져볼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