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선박을 담보로 대출을 받다

다니엘 K. 루드빅

by 정작가


명인들의 일화를 접하게 되면, 불리한 상황에서도 기지를 발휘하여 이를 기회로 삼는 경우가 많다. 다니엘 K. 루드빅 또한 그런 경우다. 어린 나이부터 배에 매료되었던 그는 일찌감치 관련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의 길로 들어섰다. 하지만 20년 동안 이렇다 할 실적도 내지 못한 채 남은 것은 산더미와 같은 빚뿐이었다. 그동안 다니엘은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모든 일을 자기 혼자 힘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상황이 어려워도 좀처럼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고, 그렇게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던 것이다.


필자 또한 어려서부터 홀로 독립한 덕에 어려운 일이 있으면 타인의 도움을 받지 않고 모든 일을 혼자 해결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위기를 경험하다 보니 힘에 부치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래서 몇 년 전에는 염치를 무릅쓰고 주변에 도움을 요청해서 문제를 쉽게 해결한 적이 있었다. 노력도 안 해보고, 무조건 남의 도움을 바라는 것 또한 경계할 일이지만 정말 어려울 때는 도움을 청해 보는 것도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 다니엘 또한 20년간 혼자서 사업을 하면서 번번이 실패를 경험한 결과, 자기 만의 방식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지했을 것이다. 그렇게 그는 방식을 바꿔 외부에 도움의 손길을 청했던 것이다.


다니엘의 계획은 우선 대출을 받아 화물선을 사서 유조선으로 개조하는 일이었다. 일반 화물운반선보다 유조선이 훨씬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계산에서였다. 하지만 무일푼이었던 그에게 은행이 대출을 해줄 리 만무했다. 그때 그가 떠올린 전략은 미래의 자산을 현실화시키는 일이었다. 그는 뉴욕 체이스맨해튼 은행을 찾아가 인지도가 높은 회사에 자기의 유조선을 임대하고 있으니 이를 담보 삼아 대출을 요청했던 것이다. 은행은 그의 유조선과 인지도가 높은 회사를 믿고 담보물 없이 대출을 하겠다고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다니엘은 그렇게 대출한 돈으로 낡은 화물선을 사서 개조한 후 석유회사에 임대하게 된 것이다.


다니엘은 이런 과정을 통해 다시금 ‘미래의 능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마음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문제를 정면 돌파하기도 마음먹었다. 일단 유조선 한 척을 설계한 후, 유조선이 완성되면 이를 임대할 업체를 찾아 미리 계약을 체결한 것이었다. 이 임대 계약서를 들고 은행을 다시 찾은 다니엘은 유조선의 건조 비용을 대출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가 제시한 조건은 선박이 건조하기 전까지 일부만을 상환하고, 건조가 완료되면 선박을 임대해 준 업체로부터 대금을 받아 이를 상환하는 방식이었다. 일명 ‘상환 기한 연장 대출 방식’으로 다니엘은 한 푼의 돈도 들이지 않고, 무일푼으로 한 척의 선박을 소유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는 이런 방식으로 몇 건의 계약을 체결하게 되었고, 다국적 선박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우리 속담에 ‘소도 비빌 언덕이 있어야 비빈다’는 속담이 있다. 혼자서 뭔가를 처리할 수 없을 때 누군가 작은 도움을 준다면 문제가 해결되는 상황을 빗댄 말이다. 다니엘이 20년 동안 성공하지 못했던 이유는 성실하지 못했던 것도 아니었고, 오로지 자금을 조달할 수 없었던 상황 때문이었다. 이는 혼자의 힘으로는 불가능했던 사안이었고, 결국 자신의 신념을 바꿔 타인의 도움을 통해 창업 아이템을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탈바꿈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억만장자로 성공했던 사례들은 보더라도 처음부터 자기 자본이 풍족해서 이를 통해 성공한 경우는 많지 않다. 다니엘처럼 타인의 도움을 요청하거나 확실한 아이템을 제안해서 이를 협상하는 과정 속에서 문제를 해결하고, 상황을 반전시킨 경우가 많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런 시도가 오로지 자기의 이익을 위해서만 이루어져서는 곤란하다는 사실이다. 은행 측에서 다니엘의 ‘상환 기한 연장 대출 방식’을 받아들였던 것도 은행의 입장에서는 결코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사업에서 성공하는 가장 기본적인 자세는 타인을 손해 보게 하고 이익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이익을 확보해 주고, 자기의 이익도 공고히 하려는 태도다. 다니엘은 이런 기본적인 원리를 알았고, 이를 실행할 수 있는 과감한 선택을 통해 성공의 교두보에 올라설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다니엘의 사례는 아주 오래 전의 일화라 현재에는 불가능한 영역일 수도 있다. 하지만 최근 유행하고 공유 플랫폼의 사례를 보면, 비록 시대가 변한다고 할지라도 이런 기본 원리는 여전히 작동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다니엘 K. 루드빅의 사례는 우리에게 어려운 상황에서도 성공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키를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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