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니 마커스
예기치 않은 불운은 의외로 새로운 기회가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버니 마커스가 그랬다. 20년간의 직장 생활을 통해 이사직에 오른 그는 더 이상 고대할 것이 없을 만큼 희망에 차 있었다. 11년만 더 일한다면 안정된 퇴직금으로 안정된 노후를 보장받으며 살아갈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런 바람은 한순간에 무너졌다. 갑작스러운 해고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지만 회사의 사정이 여의치 않아 내려진 결정이라 그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루아침에 존경받는 기업에서 실직자로 전락해 버린 버니 마커스는 여느 가장들처럼 생계를 위해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야 했다. 딱히 갈 곳이 없었던 그는 로스앤젤레스의 한 카페에서 몇 시간이고 죽치고 앉아 시간을 죽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카페에서 자신과 똑같은 처지가 된 아서 블랭크라는 친구를 만나게 되었다. 서로 딱한 처지를 알게 된 그들은 회사를 차리자는 데 의기투합했고, 결국 가정용 건축자재 유통회사를 설립할 계획을 세웠다. 그 유명한 홈데포(Home Depot)라는 회사는 그렇게 탄생된 것이었다.
우리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불운에 직면할 때 좌절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버니 마커스 또한 좋은 일자리에 유리한 위치를 차지한 상태에서 해고당하는 것을 인정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우연히 비슷한 처지의 친구를 만났고, 살길을 도모한 결과 창업이라는 다소 낯선 도전을 통해 기존의 직장 생활보다 더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이다. 필자 또한 어린 시절부터 안정된 직장 생활을 통해 그럭저럭 먹고살 수는 있었지만 몇 차례 재정위기를 겪으면서 새로운 길을 모색하려는 의지를 주변에 피력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주변에서는 한사코 직장 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최선의 길이라는 말만 돌아왔다. 경제도 어려운 시기에 섣불리 뭔가 새롭게 시작한다고 해서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겠지만 그렇다고 현실에 안주한다고 해서 뚜렷한 해법이 없었기에 고민을 한 적이 많았다. 버니 마커스처럼 당장 어쩔 수 없는 처지는 아니라서 비교할 상황은 아니겠지만 조금이라도 나이가 적을 때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인간은 새로운 도전을 감수하기보다는 현재 상황에서 머무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로 구체적인 계획 없이 안정된 직장을 뿌리치고 나가 더 나락으로 떨어진 상황도 주위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렇게 예측 불가능한 세상에서 무작정 현실에서 안주하는 것이 정답일까 하는 물음에 직면한다면 과연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 자문해 보지 않을 수 없다. 버니 마커스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해고의 고통을 경험한 상황에서는 선택지가 없었을 것이다. 당장 무엇이라도 일을 해서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창업이라는 도전을 통해 성공 가도를 달릴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세계를 벗어날 수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대부분의 성공한 인물들의 사례를 보면, 기존의 질서에 머무르지 않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인생을 개척해 나갔다.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회사의 CEO들을 보면, 유독 대학조차도 포기하고 성공한 이들이 많다. 이들에게는 학력조차도 거추장스러운 것에 불과했던 것이다.
개그맨으로 유명한 고명환의 저서 <고전이 답했다 – 마땅히 가져야 할 부(富)에 대하여>에서 보면,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초등학교, 중고등학교를 나와 대학교까지 졸업하고 직장에 취업하는 사람들은 스스로 자신을 연봉 1억 원 이하의 사람으로 가둬버린다. 주변의 모든 사람이 연봉 1억 원 이하의 세계에 살고 있다. 문제는 자신이 연봉 1억 원 이하의 세계에서만 살고 있다는 자체를 모른다는 점이다.
위 인용 글을 보면, 자신의 가치를 가두는 이런 직장인으로서 삶이 과연 인생을 바쳐야 하는 진정한 모델인지 의구심이 들게 한다. 브런치스토리에서 유독 퇴사자들에 대한 글이 많은 것은 어려운 경제 사정도 한몫하겠지만 사유의 시간을 통해 유한한 인생의 가치를 고민했던 이들이 많았다는 반증이 아닐까? 모두들 버니 마커스와 아서 블랭크라는 창업자처럼 위대한 회사를 경영하는 CEO의 반열에 오르기는 쉽지 않겠지만, 현재의 위치에서 무조건 안주하는 것이 정답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의 크레바스가 결국은 운명을 개척할 수 있는 지름길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