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비 피셔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부딪히게 되는 일들을 통해 때론 교훈을 얻기도 하고, 좌절을 맛보기도 한다. 인생은 새옹지마라는 말이 있다. 이는 눈앞의 행불행이 얼마든지 바뀔 수 있음을 드러낸 말이다. 바비 피셔는 이런 인생의 원리를 의도적으로 경기에 적용하여 승리를 거둔 인물이다. 그의 전략은 간단했다. 상대방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여 상황을 자기에게 유리한 쪽으로 이끌려는 전략이었다. 체스 대국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마음의 평정심이 중요했다. 그런 상황을 알고 있던 바비 피셔는 대국의 상대자인 세계 체스 챔피언 스파스키와 정상적으로 맞붙어서는 승리하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렇게 바비 피셔는 대국 시작 1분 전에 경기 전에 나오기도 하고, 경기장 주변의 시설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대전 중에는 악수를 두어 스파스키를 당황하게 했다. 예측하지 못한 상대의 행동에 바비 피셔는 멘털이 흔들리기 시작했고, 급기야 불안감에 휩싸여 주최 측에 안전 감정을 요구하기도 했다. 주최 측의 X레이 등을 동원해 대국자의 요구를 들어주었지만 결국 스파스키는 일종의 환각증세도 느낄 정도로 불안함에 경도되어 결국 대국을 포기하고 말았다. 이렇듯 바비 피셔가 한 번도 이겨보지 못한 세계 체스 챔피언 스파스키를 누르고 승리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치밀하게 준비한 전략 때문이었다.
바비 피셔의 이 일화는 후대의 사람들에게 어떤 교훈을 주기보다는 승리를 위해서는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상대를 패배시켜야 하는 치열한 경쟁 세계를 비판하는 우화로 읽히기도 한다. 바비 피셔에게 승리는 인생의 목표일 수도 있었지만 그의 의도적인 전략으로 인해 스파스키는 정신적인 고통을 느낄 수밖에 없었고, 결국에는 경기에도 끝까지 참여하지 못한 채 중도탈락할 수밖에 없는 비운의 주인공이 되고 말았다. 만일 바비 피셔의 의도적인 행동이 없었다만 스파스키는 대회에서 다시금 우승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더군다나 체스 게임은 예의를 중시하는 서구 문화의 전통적인 보드게임이라는 점에서 더욱 신사적인 플레이를 요구하는 것이 기본인데, 바비 피셔는 그 모든 룰을 깨고 오직 승리에만 집착하여 스파스키를 정신적으로 피폐하게 만든 장본인이 된 것이다.
자기 계발서의 폐해는 이렇듯 지나치게 성공과 승리에 집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일화를 통해 우리에게 진정한 승리와 성공의 의미는 무엇인지 되돌아볼 수 있다면 바비 피셔와 같은 플레이에 대해 비판의식을 견지할 수 있고, 어떤 일이든 정정당당한 게임의 참여자로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이 장의 우화는 반면교사의 성격으로 교훈을 준다는 측면에서 약간은 씁쓸한 여운을 남기게 된다.